[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패키지 후속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 아파트값이 35주 연속 오르며 추석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질 조짐을 보이자, 보유세 조정을 포함한 종합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기류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세법 손질 대신…'간접 보유세 카드' 선회
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 등은 추가 부동산 안정화 방안을 내부적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공정비율)을 조정, 보유세를 간접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습니다.
주택 공시가격은 정부가 매년 정하는 '행정상 평가가격'으로, 시세를 기준으로 세금·복지 기준 등을 산정할 때 활용됩니다. 현재는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단독주택 53.6%)으로 동결돼 있지만, 정부는 세수 확보나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조정에 나설 수 있습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서 실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매길 때 적용하는 비율입니다. 공시가격에 이 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때문에, 비율이 높아지면 세금 부담이 커집니다.
현재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1주택자 기준)입니다. 문재인정부 시절 80%에서 95%까지 단계적으로 올랐다가, 윤석열정부 들어 현행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 세금을 매길 때 반영되는 금액은 공동주택 시세의 41%(시세×0.69×0.60)에 불과합니다. 즉, 시세 10억원짜리 아파트라면 세금 산정 기준은 약 4억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입니다.
만약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 수준으로 되돌리고, 공시가격 현실화율까지 높일 경우 보유세 부담은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격이 급등한 일부 고가 주택은 세부담 상한까지 세금이 불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사안은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추진할 수 있어 세법 개정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습니다. 직접적인 세율 인상보다 정치적 파장이 '비교적' 적다는 평가입니다. 앞서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세법을 직접 개정해 보유세를 올렸다가 집값 급등과 조세 저항을 겪었습니다.
다만 간접적인 방식이라 해도 결과적으로는 세금을 통해 집값을 조정하는 셈이어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경우라도 세금을 쓰지 않겠다'는 약속은 공약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 시절의 발언이었다"며 "손발을 묶고 정책을 펼친다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했습니다.
정부가 반발을 감수하고서까지 보유세 카드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집값 오름세를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 모두 단기 안정 효과에 그치면서, 시장 기대심리가 빠르게 되살아난 탓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취임30일 기자회견'에서 6·27 부동산 대출 규제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발언을 하는 모습이 TV에 나오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커지는 거래·매수세…'DSR 강화·규제지역 확대' 가능성도
논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해 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규제지역을 확대 지정하는 흐름입니다. 금융당국은 소득의 40%까지 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 현행 DSR 기준이 다소 느슨하다는 인식을 보여왔습니다.
서울 성동·마포구 등 '한강 벨트'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나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할 가능성도 점쳐집니다.
정부가 직권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추가 지정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립니다. 다만 지정 권한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확대하는 관련 법 개정안은 일러야 내달 이후에야 국회 통과가 가능할 전망입니다. 이 때문에 현재 시장 상황에 즉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거래와 매수세가 동반 확대되고, 신고가 거래가 잇따르는 등 과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부동산R 114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 물량은 2027년 10만5100가구로 올해보다 27.6% 감소할 전망입니다. 특히 서울(8803가구)은 올해 대비 81.2% 급감합니다. 정부는 9·7 대책에서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단기 공급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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