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이 본격화하자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낸드 감산, 레거시(구형) 수요 부진 등으로 주춤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공급망 재편과 수요 급증이 맞물리며 실적 성장이 가속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4월 관람객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에 전시된 SK하이닉스의 HBM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반도체 및 관련 장비 기업 가운데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치가 있는 상장사 17곳(에프앤가이드 업종분류 기준)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총 21조658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16조1347억원)보다 26.7% 증가한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9조8756억원으로 11.4% 뛰었고, 순이익은 10% 늘어난 17조7443억원으로 추정됐습니다.
숨은 강자는 중소형 장비업체들입니다. 범용 디램(DRAM)과 낸드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여지가 커진 까닭입니다.
실제 인쇄회로기판(PCB) 생산업체인 티엘비는 영업이익 추정치(86억원)가 무려 209.8%나 급증하며 ‘깜짝 주인공’으로 부상했습니다.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에 소캠(SOCAMM) 물량을 발주하면서 기존 하이엔드 서버용 메모리에 더해 AI용 소캠 수혜 기대감까지 반영된 결과입니다.
반도체 박막 증착용 장비 업체인 테스와 레이저 응용장비 제조업체 이오테크닉스의 영업이익 또한 각각 158.4%, 106.9%에 달하는 영업이익 증가가 점쳐지는 상황입니다. 각각 선단 공정용 장비 공급과 레이저커팅 수요 증가를 통해 수익성 개선을 시현한 것입니다.
(표=뉴스토마토)
반도체 제조장비 생산기업인 한미반도체의 경우 설비 수주 확대가 순이익 증가로 이어지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194.3% 폭증했으며 △원익IPS(95%) △DB하이텍(63%) △ISC(32%) △솔브레인(18%) △코미코(17%)의 영업이익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메모리 재고 정리 완료 후 장비 투자 수요가 본격화하면 소부장 기업의 실적 모멘텀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점도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마이크론 실적발표에서 확인된 메모리 가격과 트렌드포스의 D램 가격 상향 폭을 고려하면, 국내 메모리 업체들의 3분기 실적 리뷰 보고서까지 컨센서스는 지속 상향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c(6세대 10나노급) 전환 투자 관련된 전공정 장비 업체들에 대한 비중확대도 유효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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