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미 반도체 지원 계획 무력화…업계 불안 최고조
바이든 설립 비영리단체 지원 철회
보조금 수혜자 재선정…업계 혼란
‘트럼프 리스크’에 K-반도체 ‘울상’
2025-10-01 15:56:18 2025-10-01 17:17:30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반도체 부흥을 위해 시작한 74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핵심 기술 지원 계획을 무력화하고 나섰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금을 원점 재검토하면서 업계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 제외와 품목별 관세 관련 ‘최혜국 대우’가 명문화되지 않는 등 ‘트럼프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는 중입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폴리티코 등 외신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실리콘밸리에 기반을 둔 비영리단체 ‘냇캐스트’를 “바이든 행정부의 충성파를 위해 돈을 낭비하는 펀드”라고 비판하며 지원 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냇캐스트는 반도체 R&D를 주도할 국립반도체기술센터(NSTC)를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입니다. 엔비디아, 인텔, 애플, 삼성, AMD 등 200여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등록돼 있으며 총 74억달러의 기금을 운용하며 국가 차원의 반도체 연구개발 허브 구축 및 인력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해왔습니다. 
 
미 상무부는 냇캐스트가 법적 기반이 허술하며 불법적으로 설립됐다는 법무부의 새로운 유권해석을 근거로 자금 회수를 단행했습니다. 이어 연방 기금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며 기금 장악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각 주에 약속됐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원금도 불투명해졌습니다. 
 
상무부는 기금을 반도체 R&D에 사용할 계획이지만, 보조금 수혜자 선정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상 반도체 R&D 지원금 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면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인텔과 IBM, AMD 등 주요 기업들은 러트닉 장관의 결정 이후 상무부 관계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자사의 프로젝트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또 불확실성이 더해지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향후 흐름을 판단하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 미국 정부가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기까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뉴시스).
 
삼성전자는 내년 말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며 2030년까지 370억달러를 투자해 패키징 시설과 첨단 R&D 시설도 설립할 방침입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반도체 생산 시설을 지을 계획입니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현지 투자에 나서는데도 트럼프 리스크는 점차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집적회로와 반도체에 대해 약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 정부는 반도체 품목에서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기로 구두 합의했지만,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후속 협의가 길어지면서 이를 명문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최근 국내 반도체 업체들을 VEU 명단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면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습니다. 미 상무부는 한국 정부에 개별 단위 대신 연 단위 승인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 공장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직접 보조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며 “하지만 고율 관세와 보조금 철회가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계속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결국 미국이 부족한 제조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라며 “해외 기업 유치를 통해 2030년 반도체 패권국이 되겠다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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