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세계질서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10월 한 달은 이른바 '슈퍼 먼스'가 될 전망입니다. 오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부터,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외교 '빅 이벤트'가 집중된 영향입니다. 특히 이를 계기로 신냉전 구도에 얽힌 주요국 정상들이 한반도에 모여들 예정인데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주요국 정상들의 릴레이 회담이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북·중·러, 다시 한자리…릴레이 '외교전'
1일 외교가에 따르면 10월 한 달 동안에만 굵직한 외교 무대가 릴레이로 이어집니다. 오는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을 시작으로, 26~28일(현지시간)에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립니다. 이후 대한민국 경주에서 31일부터 11월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 등 외교 '빅 이벤트'가 10월 한 달 동안에 몰려 있습니다.
이달 외교 무대의 첫발은 북한이 뗍니다. 10일 열리는 북한 열병식은 지난달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행사를 계기로 열린 북·중·러 협력의 연장선입니다.
이미 러시아 측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의 방북을 예고했습니다. 관건은 중국 측 참석자인데요. 당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불참'으로 무게추가 기운 상태입니다.
이미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이 이뤄진 데다, 중국도 미국과의 대면을 앞두고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시 주석의 불참에도, 최근 북·중 관계 회복 국면을 고려할 때 중국 내 서열 2~5위권의 고위 인사가 방북할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북·중·러 3국은 지난 9월 전승절에 이어 또다시 사실상 '핵보유국'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묵인하는 조치이기도 한데요. 북·미 대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의 대미 협상력이 상승하는 셈이기도 합니다.
북한 열병식과 APEC 정상회의 사이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순방을 예고했는데,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무역 협상 체결이 예상됩니다. 우리 정부가 대미 투자 3500억달러의 세부 논의에 있어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하는 추가 협상 여부도 주목됩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참석 전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데, 이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 총리와 첫 회담을 가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6월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APEC, 세계질서 '변곡점'…피날레 '북·미' 대화
10월 외교 '빅 이벤트'가 향하는 종착지는 APEC 정상회의입니다. 북한 열병식과 아세안 정상회의 등이 각국의 사전 교류에 해당한다면, APEC 정상회의는 전 세계 외교 질서의 본무대에 해당합니다.
이번 APEC 정상회의의 위상이 높아진 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동시 참석 영향이 큽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9개월 동안 이어진 '관세전쟁'은 대중국 견제가 그 출발점이었습니다. 이로 인해 국제질서의 격변이 시작된 건데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가지는 두 정상의 회담이 바로 경주에서 열리게 됩니다. 이때 양국은 관세 문제부터 시작해 반도체와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 문제, 아태 지역의 군사적 긴장 등 여러 현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최근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개발도상국에 부여되는 특혜를 포기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사이에 절제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또 양국이 경주 APEC 이후 상호 답방에도 원칙적 합의를 이뤄놓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조율이 이뤄질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한·미, 한·중 정상회담이 관건입니다. 우선 미국과의 관세 협상 조율이 교착 상태에 빠져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한이 주요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실도 그간 APEC 정상회의를 관세 협상 타결의 목표 지점으로 설정하고 협의를 이어왔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가 제시한 무제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라는 협상 카드가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한·중 정상회담의 경우 이재명정부의 '국익 중심 실용 외교'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해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종식을 선언하며, 한·미 관계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인접국인 중국에 대해 '관리'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미·중 사이에서 '가교 국가' 전략을 실현할 수 있을지 여부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APEC 정상회의의 피날레는 다름 아닌 북한입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이른바 '판문점 깜짝 회동' 여부에 이목이 집중됩니다. 만약 깜짝 회동이 성사된다면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네 번째 회동이 되는데요. 6년 전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갖고, 바로 다음 날 판문점에서 회동했던 점을 고려하면 똑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셈이기도 합니다.
다만 '비핵화' 문제의 난이도가 신냉전 구도 고착화로 올라가면서, 의미 있는 협상 타결보다는 대화 재개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입니다. 또 북한이 '비핵화 불가'를 대화 조건으로 내건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회동 성사 여부가 달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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