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오픈AI가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엔비디아·AMD·브로드컴 등 빅테크 기업들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기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생산 역량이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HBM 생산라인 확충이 불가피해지면서 장비 제조사들 역시 장기적인 기술 경쟁 구도에 돌입하는 양상입니다.
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오픈AI는 AI 가속기 공급망 확보를 위해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나 1000억달러(약 140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6일(현지시간) AMD와 6기가와트(GW) 규모의 AI 가속기를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또 브로드컴과도 주문형 반도체(ASIC)를 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미국 핵심 인프라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를 위한 것입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가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4년간 5000억달러(약 700조원)을 투자해 미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이를 위해 천문학적인 수의 AI 가속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가속기가 대량으로 요구되면서 HBM 수요도 커졌고, 대표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제조 역량이 핵심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올트먼 CEO가 지난 1일 방한했을 때 요구한 분량은 D램 웨이퍼 기준 월 90만장으로, HBM 생산력이 프로젝트 성패를 좌우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양사는 이번 기회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오픈AI의 요구치를 소화하기 위한 생산 체제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며, 삼성전자 역시 메모리 공급 주요 파트너인 AMD가 오픈AI와 협력하면서 차세대 제품인 HBM4 납품을 통해 반등을 노릴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당장 오픈AI가 요구한 HBM 공급량이 방대한 상황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양사 모두에게 호재가 될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HBM 공급 요청 분량은 전 세계 HBM 생산력 2배 수준”이라며 “HBM 수요가 막대하다는 의미로, 이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인천 서구에 위치한 한미반도체 공장. (사진=한미반도체)
HBM 수요 급증에 따라 장비 제조사들의 경쟁도 본격화하는 양상입니다. HBM의 주요 제조 장비인 본더 시장은 한미반도체가 사실상 독점하는 가운데 한화세미텍이 경쟁자로 부상했으며, LG전자까지 시장 진출을 예고했습니다.
국내 장비업체들의 시선은 차세대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로 쏠리고 있습니다. HBM 성능 증대를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칩을 쌓아야 하는데, 칩과 칩 사이의 범프(납과 같은 전도성 돌기)에 열과 압력을 가해 칩을 붙이는 기존의 TC 본더 방식으론 한계가 있지만, 하이브리드 본더 방식은 범프가 없어 더 많은 칩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이브리드 본더의 공개 시점은 장비사마다 차이를 보였습니다. 가장 빠른 것은 한화세미텍으로, 내년 초 2세대 장비인 ‘SHB2 Nano’를 출시할 계획입니다. 반면 한미반도체는 2027년, LG전자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장비사마다 다른 전략 차이에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장비업계 관계자는 “한화세미텍과 LG전자는 후발주자인 만큼, 신기술 개발로 판을 바꾸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만 진출 시점과 세부 전략에서 차이가 난 것”이라며 “반면 한미반도체는 경쟁사보다 늦지만 많은 투자액을 쏟아 공장을 건설했고, 이를 통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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