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낙후된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직접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사망 이후 서울시는 직영화 정책을 사실상 번복했다. 박 전 시장의 유지를 잇겠다던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 체제가 이를 뒤집은 것은 정책 신뢰성이 상실될 뿐더러,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서울시 및 마포농수산물시장 상인번영회(번영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마포농수산물시장 직영화 사안을 중장기 과제로 전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포구와 마포구의회 등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이라며 "중장기는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새로 부임할 서울시장이 아예 직영화를 시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앞서 박 전 시장은 지난 6월9일 마포농수산물시장을 방문해 마포구로부터 운영권을 가져오는 직영화 방안을 찾고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이제는 유보 내지 무효화 입장으로 돌아선 것이다.
상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장 전환은 서 권한대행이 박 전 시장의 시정철학을 잇겠다고 한 선언과 어긋날뿐더러, 마포구의 시장 운영권 보유가 시장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정양호 마포농수산물시장 번영회장은 "마포구가 500만원이 없어서 못 갈아준 시장 건물 창문을 서울시는 개장 이래 22년만에 처음 갈아줬다"며 "층고가 높아 냉난방 시설도 못 갖춘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 지으면 주변 상권이 살아나 마포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건물 안팎으로 바닥에 굴곡이 져 카트 몰고 가다가 물건과 함께 넘어지는 손님이 있을 정도"라며 "다시는 안오더라"고 말했다. 또 정 회장은 "서울시가 일 안하고 무효화해버리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며 "코로나19만 잠잠해지면 서울시청 앞으로 트럭 몰고 가서 박 전 시장 생전 약속 영상을 틀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들의 반발이 큰데에는 마포구에 대한 불신 문제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에도 직영화를 시도하려다가 마포구 및 마포구의회 등의 반발로 물러선 바 있다. 이후 마포구 산하 시설관리공단(공단)이 상인들과 충돌하자 박 전 시장이 다시 나선 것이다.
공단은 임대료를 5%로 인상해 상인들이 지난 1~2월 반발 집회를 열자 임대료의 30%를 가산금(배상금)으로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자 배상금을 철회한 바 있다.
서정협 서울시 권한대행 체자가 낙후된 마포농수산물시장의 직접 운영을 검토하겠다던 고 박원순 시장의 생전 입장을 번복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농수산물시장에서 시민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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