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들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주한미군사령부)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동맹 현대화란 한·미 두 나라가 처한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다른 작전환경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이라면 변화를 꺼려선 안 됩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험프리스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들을 만나 한 이야기입니다. 머지않은 미래에 주한미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이날 취임 후 첫 공식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동맹 현대화, 주한미군 역할 변경,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을지 자유의 방패(UFS) 한·미 연합 연습 조정 등 각종 동맹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습니다.
동맹 현대화는 변화된 환경 반영하는 것
동맹 현대화와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은 “대한민국은 75년 전과 완전히 다른 국가이고, 미국 역시 75년 전과 사뭇 다르다”며 “‘동맹 현대화’는 변화한 두 국가가 있다는 사실과 세상이 변했다는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브런슨 사령관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환경은 확연히 달라졌다”며 “우리 북쪽에 핵무장한 적대세력이 있고, 러시아의 역내 관여도 증가하고 있고, 중국 역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런슨 사령관은 “아마 10년 전쯤 한·미가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이래 동맹과 동맹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없다”며 “동맹 현대화는 우리 동맹이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진화하는 안보 도전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함께 유지하게 보장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역내 안보환경과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은 “한국, 일본, 필리핀을 삼각형으로 이으면 그 지역 내에서 세계 교역량의 52%가 이동하는데 이 지역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상황에 맞게 국가들이 반응해야 한다”며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상황이 이 지역에 국한될 것이라 믿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또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의 무기 거래와 기술을 지원, 중국과 러시아 해군의 연합훈련 등을 언급하며 “역내 안보위협이 러시아로 연장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리적으로 가장 근접한 문제이기에 우리가 북한의 위협에 대한 대비태세를 최우선에 놓지만 한·미 동맹은 그 어떤 협정과 합의에도 특정 적대세력을 명명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맹 현대화 이후 한·미가 대응해야 할 안보 위협이 북한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것입니다.
다만 브런슨 사령관은 “늘 그렇지만 각 정부는 자국의 이익에 맞게 결정할 것”이라며 “중국과 대만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때 미국은 대만을 지원하겠지만 미국이 한국도 함께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라고 결론이 지어진 것처럼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브런슨 사령관은 동맹 현대화를 통해 북한의 군사적 위협 대응에 한국군이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대한민국에 요청된 것은 북한을 상대하는데 더 큰 힘을 발휘하라는 것이고, 주한미군이 다른 일도 할 수 있게 동맹을 현대화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게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지난 8일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주한미군사령부)
전력 고정 배치는 군사적 실용성 떨어져
“주한미군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나는 ‘숫자’보다 ‘능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조정과) 관련한 결정이 있을 것입니다. 내 생각에는 그 논의가 순전히 숫자에 대한 논의는 아닐 것입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미국 내에서 주한미군의 병력감축과 변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주한미군 변화는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회의(Tri-CHOD)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미국 합참의장과 논의했던 사항 중 하나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브런슨 사령관은 “나는 숫자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능력에 대해 생각한다”며 다영역기동부대(MDTF)와 F-35와 같은 5세대 전투기의 한반도 배치를 언급했습니다. 병력 감축을 전제로 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전략적 수준에서는 연합으로 운용될 수 있는 능력과 진화하는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며 “새로운 능력을 들여와서 (작전)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관련해서는 “우린 한반도란 부인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제1도련선 안에 위치하고, 아시아 대륙에 위치한다. 동북아 내 모든 적대세력에도 인접해 있지만, 마찬가지로 일본 등 동북아 내 우방들과도 인접해 있다”며 주한미군의 역할이 더 이상 한반도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최근 열린 Tri-CHOD를 다시 언급하며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필요성도 부각시켰습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필요성과 관련해서는 올해 한국에서 중동으로 재배치한 페트리엇 미사일을 예로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훈련한 페트리엇 포대가 미국의 이란 공습 당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브런슨 사령관은 “시간, 공간, 필요에 따라 전력을 배치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전략적 유연성이고 이런 능력을 항시 보유해야 한다”며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내 임무이지만 다른 지역에 없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 전체를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 곳에 고정돼 있는 것은 군사적으로 실용성이 떨어진다”며 “하나의 임무 외에 다른 임무도 수행할 수 있으면 수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작권 환수와 관련해 브런슨 사령관은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한·미가 합의 한 건 ‘조건’”이라며 “하지만 손쉬운 지름길을 택하게 되면 대비태세를 위태롭게 할 것이고, 서두르는 것은 한국이든 미국에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UFS 연습 조정과 관련해서는 안규백 국방부 장관, 김명수 합참의장과 협의한 사실을 공개하며 “연습 일부 조정했지만 대비태세를 위한 연습은 온전히 할 것이고, 이 같은 결정사항에 대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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