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 못 낸 '대주주 50억'…흔들리는 정책에 '신뢰도↓'
정청래 체제 첫 고위당정협의…대주주 기준 논의 전망
기준 '선회'시 정책 일관성·조세 정의 원칙 훼손 우려
2025-08-10 19:00:00 2025-08-10 19:00:00
[뉴스토마토 김태은 기자] 주식 양도소득세(양도세) 대주주 요건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세제 개편안을 두고 여당 내 이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 취임 후 처음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양도세 대주주 기준과 관련해 결론을 을 내지 못하고 좀 더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일각에선 여당이 50억원인 현행 기준을 유지하는 데 무게를 두고 당내 의견을 반영한 복수 의견을 전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국내 주식 투자자 중심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을 고려한 정부가 50억원 기준으로 입장을 선회할 경우 오락가락 정책에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청래호 첫 고위당정…'대주주 기준' 논의
 
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10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서울공관에서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었습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 취임 이후 첫 고위당정협의회로, 여당에서는 신임 지도부가 참석했습니다. 정부 측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 대통령실에선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자리했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조정하는 세제개편안에 관한 논의가 오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당정협의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고위당정 이후 주식양도세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며 "당정 간 긴밀하게 논의하고 조율했으며 향후 추이를 더 지켜보며 숙고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한·미 관세협상 후속 대응 방안과 검찰·언론 개혁 관련 입법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참석자들의 공개 모두발언에선 세제개편안 관련 내용이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당정회의 직전 "금일 고위당정에서 (양도세 기준 강화 관련) 당 차원의 단일안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러 의견을 모아 복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앞서 정 대표는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에게 세제개편안과 관련해 재검토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31일 '2025 세제개편안'에서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현행 (종목당 보유액)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개편안 발표 이후 코스피 지수는 전일(3245.44) 대비 3.88% 하락한 3119.41로 거래를 마쳤고, 코스닥 지수는 4.03%(805.24→772.79) 빠지며 더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정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이 주식시장에 반영된 겁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10억원 대주주 기준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당내 '조세 정상화 특위'와 '코스피 5000특위' 중심으로 살피겠다"며 재검토를 시사했습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당이나 입법기관에서 제안하는 바가 있으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여당에서도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직전 정책위의장인 진성준 의원은 지난 2일 "많은 투자자나 전문가들이 주식 양도세 과세 요건을 되돌리면 우리 주식시장이 무너질 것처럼 말한다"면서 "하지만 과거 선례는 그렇지 않다"고 재차 기준 강화를 지지했습니다. 이에 공개적으로 대주주 기준 강화에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이소영 의원을 비롯한 여당 의원 10여명은 기준 완화를 촉구했습니다. 
 
악화하는 여론에 당내 이견까지 좁혀지지 않자 지도부는 수습에 나섰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4일 "공개적 입장 표명을 자제해 달라"며 함구령을 내렸고, 김병기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대주주 기준 관련 당의 의견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주식 차명거래 의혹이 불거진 이춘석 의원을 하루 만에 '제명' 조치했습니다. 
 
김민석(오른쪽) 국무총리와 정청래(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 신중론과 여론 사이…'정책 일관성' 시험대
 
정 대표는 이날 고위당정에서 그동안 수렴한 당내 의견을 대통령실과 정부에 전달했습니다. 당내에서는 대주주 양도세 과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으로 되돌릴 시 악화하는 여론에 스스로 '정책 일관성'을 흔들었다는 비판이 불가피합니다. 특히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도 폐기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아직 신중한 태도입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식 양도소득세 개편이 증시에 찬물을 끼얹는 세제개편 아닌가'라는 지적에 "우려하는 부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양한 의견을 듣고 판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구 부총리는 "저희가 조사해보니 우리 국민들은 평균적으로 5.79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게 따지면 50억원씩 250억원에 대해서는 수익에 대해 세금을 안내는 그런 측면도 감안해주시길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정부 내에선 대주주 상한선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3년 전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완화할 때 연말 매도가 줄지 않고 오히려 최대치 수준을 기록했다"며 "대주주 기준과 연말 매도는 일관된 상관관계가 없다고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역대 정부에서 대주주 과세 기준은 꾸준히 '강화'돼 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2000년 도입 당시 코스피 기준 보유 주식 시총 100억원 이상이 기준이던 과세 기준은 2013년 50억원, 2016년 25억원, 2020년 10억원으로 점진적으로 조정된 바 있습니다. 
 
지난 20여년간 정권 색채와 무관하게 과세 기준이 낮아졌지만, 2023년 윤석열정부는 대주주 요건을 50억원으로 완화했습니다. 이에 현 정부는 과세 형평성과 대주주 기준 조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해 10억원으로 기준을 되돌려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는 '2025 세제개편안'을 오는 14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21일 차관회의와 26일 국무회의를 거쳐 다음 달 3일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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