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주요 그룹 총수들이 주식담보대출을 많이 받은 가운데 주가가 크게 떨어져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하락은 담보대출 계약조건에 불리하기 때문이다. 통상 그룹 지배회사 내 총수일가 지분은 차익실현이 없는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주가 하방요인이 되기도 한다. 지배력을 늘리기 위해 추가 출자나 상속 및 증여 시 낮은 주가가 유리해서다. 하지만 주식담보대출은 오히려 총수가 경영 내실화는 물론, 배당 같은 주주친화정책에도 신경쓸 만한 요인이 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주식담보대출은 계좌평가액이 140% 담보비율에 미달되면 반대매매가 발생한다. 은행과 증권사에 VIP 고객인 그룹 총수는 약정에서 우대를 받지만 계좌평가액이 떨어지면 대출한도나 계약기간, 이자율 등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그룹 관계자는 “주식을 팔 이유가 없는 총수는 주가와 무관할 것 같지만 개인 담보대출이 많다”라며 “직접 손해를 보는 구조라 주가 관리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라고 귀띔했다.
불황이 짙어 실적과 주가 낙폭도 큰 주요 유통그룹에서 이같은 총수의 주식담보대출이 눈에 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지주 보유 지분 일부를 담보 맡기고 있다. 신 회장이 보유한 의결권 있는 주식 총량에서 담보가 잡힌 비중(이하 담보비중)은 59.2%다.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 개인 지분이 11.71%인데 그 중 6.94%가 담보 설정돼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초까지 4건을 계약했다. 롯데지주는 최근 1년 내 장중 최저가가 지난해 8월16일 주당 2만9600원으로 신 회장이 지난해 8월26일 계약한 담보주식은 평가액이 불리하지 않다. 하지만 이후 계약 건은 주가 하락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3개월 내 주가가 약보합세다.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별세한 19일 다음날 일시적으로 급등하기도 했으나 곧바로 떨어졌다. 마지막 주식 담보 계약일인 1월28일 종가는 3만7067원으로 이후 약세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신 회장은 일부 계약을 연장해왔는데 최근 1년 내 장중 최고가인 지난해 2월21일 5만4500원에서 최근까지 낙폭이 크다. 기존 상환액을 계약 연장해 갚는 구조라면 평가액 부족분을 메꿔야 하는 주가 하락은 더욱 큰 부담이다. 신 명예회장이 남긴 재산으로 신 회장은 상속세를 내야 해 대출을 연장할 듯 보인다.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잔존해 주식을 팔아서 낼 상황이 아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지주격인 롯데그린푸드 지분 12.67% 중 3.38%를 담보 맡겼다. 담보비중은 26.6%다. 지난해 4월5일 계약한 1건이 규모가 크다. 계약기간이 1년으로 만기일이 곧 다가온다. 그 사이 주가는 1년 내 최고점인 지난해 3월15일 1만5050원에서 하락해 올들어 이달 3일 9890원의 바닥을 찍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주회사 CJ 주식에 대한 6 건의 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가장 오래된 게 2008년이고 2014년, 2015년과 더불어 가장 가까운 계약일은 2017년 1월에 있었다. 이들 계약은 채무상환 시까지 무기한인 게 특징이다. 이 회장 CJ 지분 36.75% 중 11.53%가 담보잡혀 있다. 담보비중은 31.3%다. 비교적 규모가 큰 담보 계약 시기는 2014년 말과 2015년 말이다. 2014년 12월30일 CJ 종가는 14만7103원이었다. 2015년 11월30일 종가는 23만8570원이다. 2014년 계약분은 1년 사이 평가액이 올랐지만 이후 내리막을 지속했다. 지난해 8월16일 장중 7만5100원으로 최저점을 찍었고 이후 오름세도 보였으나 10만원대를 넘지 못한 채다. 5년여 전에 비해선 추락 수준이다.
이런 속사정과 더불어 실적 방어를 위해 각 그룹은 위기경영에 나섰다. 롯데는 신 회장이 지난달 사장단 회의에서 경영성과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강조했다. “적당주의에 젖어 있어서는 안된다”며 쓴소리도 했다. 롯데쇼핑은 지난 13일 비효율 점포 200개를 정리한다는 구조조정 방안도 내놨다. 동시에 롯데지주는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정책도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안팎으로 배당확대 요인이 있다. 국민연금 지분이 높은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배당확대를 요구할 것이란 시장의 관측이 높다. CJ는 2020년 매출 100조원 목표를 접고 재무 건전성 강화로 노선을 바꿨다. 그동안 공격적인 M&A 투자와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마무리하는 동시에 재무부담 완화 및 수익성 위주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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