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죽음과 세금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많은 분들이 이를 가리켜 죽음과 세금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고도 한다. 실제 부동산, 주식, 자동차는 물론 아이스크림, 과자 등에 이르기까지 세금이 따라오지 않는 곳이 없다. 양도소득세, 부가가치세, 상속세, 증여세, 거래세, 특별소비세 등 여러 명목으로 세금이 부과
·징수되고 있다.
그런데, 암호화폐·가상화폐와 관련해서는 규제의 미비로 세금이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실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암호화폐에 대해서는 당연히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사업을 설명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에 대해 회계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거나, 상품이나 서비스 대금을 암호화폐로 받을 때 세금계산서 발행을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자식이나 부모님, 친구들에게 암호화폐를 증여해줄 때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면 매우 놀라기도 한다. 현행법상 암호화폐에 대해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이야기도 수긍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소득세법, 부가가치세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등에서 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규율하고 있는 부분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현행 법령상으로도 상속세·증여세는 부과될 수 있어
하지만, 부가가치세·양도소득세 등 다른 세금은 차치하더라도 상속세·증여세만큼은 현행 법령에서도 충분히 부과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상속세 부과 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이란 피상속인(물려받는 사람)에게 귀속되는 모든 재산을 말하며,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가 포함된다. 한편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는 '증여재산'이란 증여로 인하여 수증자(물려받는 사람)에게 귀속되는 모든 재산 또는 이익을 말하며,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경제적 이익'이 포함된다.
위와 같이 상속세 및 증여세 과세 대상은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재산은 여기에 포함된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경우 그 법적 성격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더라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8도3619 판결), 다른 세금은 몰라도 적어도 상속세·증여세 부과대상에는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를 증여해줄 때, 어차피 전자지갑에서 전자지갑으로 전송을 하거나 비밀키만 알려줄텐데 과세당국에서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반문하는 분들도 있다. 물려준 줄도 모르는데, 세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논의를 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냐는 것이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물려받은 암호화폐를 현금화 할 때 과세당국에 충분히 포착될 수 있다.
문제는 시가평가
문제는 세금을 얼마나 부과할 것인지 그 기준점을 잡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법령상으로는 상속세나 증여세는 상속이나 증여가 이루어지는 날을 기준으로 상속재산, 증여재산을 평가하여 부과된다. 재산을 평가할 때에는 원칙적으로 시가를 기준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공시지가 등 보충적 평가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암호화폐도 불특정 다수인 사이에서 자유로이 거래가 되고 있기 때문에 '시가'를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암호화폐의 경우 거래소별로 그 가격이 매우 다른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견되고(심지어 국내 거래소 사이에서도), 하루에도 가격 변동이 매우 큰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적정한 시가를 산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예컨대 아버지에게서 5BTC를 증여받았는데, 증여받는 날 BTC 가격이 개당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폭락했다고 생각해보자. 1억원을 물려 받았다고 보아야 할지, 5000만원을 물려 받았다고 보아야 할지 판단이 쉽지 않다. 부모 자식 간에는 10년 단위로 5000만원까지 증여공제가 되기 때문에 5000만원을 물려 받았다고 본다면 증여세 자체가 부과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암호화폐 상속, 증여는 현행 법체계상 과세가 가능하나, 암호화폐 가격 변동성이 커서 시장가격을 합리적으로 신뢰성 있게 측정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과세를 할 때에는 암호화폐의 구체적인 평가방법과 평가시기에 대한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개인으로서도 세금 신고를 하기 쉽지 않고, 과세당국에서도 세금 부과를 주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 암호화폐의 경우 현행법령만으로는 양도소득세 부과가 어렵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어떻게 물려주고 어떻게 거래를 하는지 여부에 따라 세금을 어느 정도 내야 하는지 매우 달라질 수 있어 형평성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미룬다고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과세당국, 여야 국회 함께 토론하고 논의해 암호화폐, 가상화폐에 대해 어떻게 세금을 부과할 것인지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재욱 변호사는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 / 블록체인 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 변호사는 주원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 & KIM)에서 근무한 바 있다. 아울러 정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 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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