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국내 게임기업 쌍두마차로 꼽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금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어 주목된다. 게임업계에서 구축하고 있는 2030세대 유저들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최근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과 'AI 간편투자 증권사' 출범을 위한 합작법인(JV)에 참여했다. 200여명의 AI 조직을 갖춘 엔씨의 AI 기술과 KB증권의 금융투자 노하우, 디셈버앤컴퍼니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융합해 쉽고 간편한 디지털 증권사로 탄생할지 주목된다.
김택진 엔씨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디셈버앤컴퍼니는 개인별 맞춤 포트폴리오 구성과 실시간 리밸런싱이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갖춘 기업이다. 그의 아내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도 지난 6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디셈버앤컴퍼니 지분 190만주를 취득했다. 지분율은 각각 김 대표가 37.93%, 윤 사장이 26.81%다.
김 대표는 디셈버앤컴퍼니를 설립할 만큼 AI 기반 투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정인영 전 엔씨소프트 투자경영실장이다.
엔씨를 포함한 3사의 목표는 'AI PB(Private Banking)' 개발이다. 엔씨는 'AI PB'를 디셈버앤컴퍼니의 맞춤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인 핀트(Fint)와 결합해 차별화된 AI 금융투자 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오프라인 대면 중심이었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AI를 토대로 대중화하는 게 목표다.
넥슨도 금융사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넥슨 지주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는 올해 3월 핀테크기업 '아퀴스'를 자회사로 설립한 바 있다. 해외 밀레니얼, Z세대를 대상으로 한 자산관리 플랫폼을 개발한다. NXC는 앞서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을 2016년 인수했으며, 2018년에는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사들이기도 했다.
게임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게임업의 핵심 이용자인 2030세대를 쉽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 등 간편 투자의 경우 2030세대가 쉽게 접근하고 이용하는 서비스다.
지난 6월 인공지능 자산관리 기업 '파운트'의 앱 출시 2년 관련 자료에 따르면 연령별 투자자 비중은 30대가 32.4%로 가장 높고, 20대가 28.9%로 나타났다. 2030이 전체 사용자의 60%에 이른다.
지난 8월 디셈버앤컴퍼니는 자사 투자일임 고객 10명 중 약 8명이 2030 연령층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프라인 대면 자산관리 서비스에 익숙한 중장년층 세대와 달리 2030세대 등 젊은 층은 비대면 투자, AI 투자 등을 쉽고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여긴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기업들의 금융 사업 진출에 대해 "게임기업들의 경우 게임의 핵심 유저들이 AI 등 기술이 접목된 투자에 열려있는 세대"라며 "엔씨와 넥슨은 이들 세대를 자산으로 사업 영역을 쉽게 확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성남 판교에 있는 엔씨 R&D 센터. 사진/엔씨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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