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 뉴욕, 빈, 밀라노 등 세계 16개 도시가 노동분야 최초로 도시 간 국제기구 창립을 추진한다.
서울시는 11~12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을 열고 세계 16개 도시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소득 불평등, 일터의 불평등의 해법을 모색하고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DWCN, Decent Work City Network)’ 창립에 뜻을 모은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포럼은 국제노동기구(ILO)의 공식지원과 협력으로 진행된다.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는 일자리·노동분야 최초의 도시정부 간 국제기구다. 국내 도시로는 서울시와 함께 광주시, 울산시가 참여한다. 그동안 일자리·노동정책이 주로 중앙정부 영역으로 다뤄졌다면 새롭게 출범하는 좋은 일자리 도시협의체는 도시 간 공동 협력과 연대를 통해 전세계 도시에 적용 가능한 특화된 ‘좋은 일자리 도시 모델’을 만들어 확산하고, 도시의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는 도시정부차원에서 노동의 불평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노동기본권 향상과 사회안전망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이 라이더 ILO사무총장에게 ‘좋은 일자리 도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그동안 국가만을 대상으로 협력했던 ‘국제노동기구(ILO)’도 도시정부 차원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공식적인 지지와 동참의 뜻을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국내·외 16개 도시가 참여해 각 도시의 노동정책을 공유한다. 또 런던생활임금재단, 캐나다미디어길드(CMG), 독일노총(DGB), 남아공최저임금위원회 같은 노동 관련 전문기관과 학자들이 노동현장의 당면과제와 해결방안도 함께 찾는다. 좋은 일자리·노동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외 도시정부이 모여 사례를 공유하고, 4차산업, 긱경제 등 트렌드를 반영한 일터의 문제 발굴과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한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일의 불평등과 유니온 시티(Union City)’다. ‘유니온 시티’는 도시정부가 노동환경, 노동시장과 임금 등의 기준을 설정해 노동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노동자 또한 스스로 노동조건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장하는 도시를 말한다.
올해 기조연설은 미국 오바마 정부의 노동정책설계자였던 경제학자 데이비드 와일이 ‘유니온시티를 통한 불평등과 균열일터 해결’을 주제로 발표한다. ‘균열일터, 당신을 위한 회사는 없다’의 저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와일은 “계약직, 하청, 프랜차이징, 아웃소싱으로 대변되는 대기업의 고용 털어버리기를 통해 일터가 균열되고 있다”며 균열일터를 해결하기 위한 공공정책과 도시차원의 노력을 제안한다.
이번 포럼에서는 서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권리보호 사각지대의 프리랜서와 ‘플랫폼노동자’에 대한 노동권 보호방안과 도시의 정책사례도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로렐라이 살라스 뉴욕소비자보호국장은 ‘프리랜서는 무료가 아니다’를 주제로 뉴욕 프리랜서 보호조례와 그 효과에 대해 발표한다. 돈 제노바 캐나다미디어길드(CMG) 프리랜서지부대표와 리즈 라루 미디어 코디네이터는 캐나다 언론 산업 내 프리랜서의 권익향상 방안과 독립계약자가 노동시장과 노동권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한다.
이외에도 라이날드 타뉘쉬 독일노총(DGB) 공동결정제도책임자는 독일의 ‘노동이사제 모델’, 미겔 루치오 맨체스터대학교 교수는 도시의 변화에 지방정부와 노동조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의견을 낸다. 서울시도 도시정부 차원에서 좋은 일자리를 평가하는 지표개발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좋은 일자리 지표는 금융, 유통, 패션, IT 등 노동자 903명을 조사해 ▲노동의 질 ▲노동권 보장 ▲노동자 이해 대변과 일터의 인간관계 세 가지 분야로 나눠 개발했다.
지난해 서울시 좋은 일자리 도시 국제포럼에서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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