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공백 못 지운 롯데 비상경영
투자·고용 계획 못 내놔…M&A 등 성장동력 상실 우려
2018-08-26 11:47:32 2018-08-26 11:47:32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최근 2∼3년간 압수수색과 재판으로 임직원의 사기도 많이 떨어져 있다. 저에게 다시 한 번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공판에서 재판부를 향해 이 같이 호소했다. 신 회장이 구속 6개월을 넘기면서 롯데그룹도 총수 공백에 신음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26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주요 의사 결정이 사실상 '올스톱' 되면서 하반기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중국의 사드 보복 직격탄을 맞은데 이어 올해는 총수 공백 위기 상황까지 겹치면서 '잃어버린 2년'이 됐다.
 
최근엔 삼성, 현대차그룹 등 재계 상위권 기업들이 잇달아 투자, 채용 등 계획을 밝혔지만 재계 순위 5위 롯데그룹은 하반기 채용계획조차 불확실하다. 지난해의 경우 주력 사업인 유통부문에서만 직간접적으로 20만명을 고용하는 등 대규모 채용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지만 신 회장 부재로 인해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채용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역시 전면 보류 상태다. 롯데그룹은 최근 5년 간 약 36조4000억원 가량을 신시장 개척과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비용으로 쏟아왔다. 하지만 신 회장이 구속된 이후 올해는 지난해 7조원 가량의 투자금액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롯데그룹이 신 회장의 오른팔과 같은 황각규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 중이지만, 총수 공백 타격은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 회장 역시 길어진 수감기간에 심신이 지쳐 '옥중경영'도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롯데의 성장 동력이던 인수·합병(M&A)과 대규모 투자 등이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는 지난 2016년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미국 액시올 사 인수를 포기하면서 투자 기회를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액시올은 폴리염화비닐(PVC), 염소, 가성소다 등을 주력으로 하는 화학업체다. 롯데케미칼은 액시올을 인수해 글로벌 12위 화학업체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전방위적인 검찰수사가 진행되며 원활한 인수협상과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끼고 결국 인수 추진 계획을 접은 바 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투자 적기를 잇달아 놓치며 장기적으로 사업 전반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우려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위기 대응을 위한 비상경영위원회가 가동 중이지만 총수 부재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적기 투자 실패 등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면 그룹 전체 성장동력도 마비되지 잃을까 임직원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항소심 선고는 구속기한 만료 전인 10월 초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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