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강제징용 소송 개입 의혹' 김기춘 전 비서실장 9일 소환(종합)
의혹 문건 다수 작성 판사는 8일 소환…자료 놓고 검찰-대법원 갈등 심화
2018-08-07 16:35:46 2018-08-07 16:35:46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소환 조사한다. 검찰은 법관사찰 등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부장판사도 소환하는 등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을 연이어 부르며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는 9일 오전 9시 30분 김 전 실장을 소환 조사한다고 7일 밝혔다.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로 복역하다 지난 6일 구속 만료로 석방된 지 삼 일 만에 다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강제징용 사건 재판과 관련해 청와대가 개입한 부분을 확인하기 위한 조사"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을 상대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전범기업 상대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해 행정처와 청와대 사이에 교감이 있었는지를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외교부와 일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을 두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일 외교부 국제법률국과 동북아국·기획조정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법관 해외 파견지를 늘리 위해 관련 소송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을 늦추는 등 외교부와 거래를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이 2013년 10월 청와대 방문했을 때 이 같은 일을 논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는 법관의 해외 파견을 늘리기 위해 김 전 실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접촉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검찰은 법관사찰 등 의혹 문건을 다수 작성한 김 모 부장판사도 8일 오전 10시 소환 조사한다. 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법원행정처 기획 1·2심의관으로 근무하며,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판사를 뒷조사하고 재판 관련 문건을 작성하는 등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인사이동을 당일 공용컴퓨터 파일 2만45000개 파일을 전부 삭제한 것으로 법원 자체 조사에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해 (대법원에) 사법정책실, 지원실, 연구관 자료, 인사총괄심의관실, 윤감실, 전산정보국 자료, 이메일 메신저 자료, 판사 자료 등을 요청했는데도 답이 없다"며 "재판개입이 의심될만한 보고서가 사법지원실 중심으로 다수 작성된 것을 확인하고 관련 판사들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임의제출은 거부되고 있는 상태"라고 불만감을 내비쳤다.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압수수색 영장 기각에 대해서도 "기각했던 윤감실 자료를 지난 5일 행정처에 요청했는데 아직 제출받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날 "행정처는 검찰이 수시로 요청하고 있는 추가 수사자료 협조 요청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검토 중에 있거나 해당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압수수색영장 등에 따라 집행하는 모든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별 법관의 영장심사는 수사에 대한 협조 여부와 연계시킬 수 없는 재판의 문제로서 법치주의 원리에 따라 내·외부적인 일체의 개입이 허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돼 지난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 차량에 탑승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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