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0세인 구광모 대표이사 회장이 재계 서열 4위 LG의 운전대를 잡았다. 고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지 41일 만이다. 유교적 가풍을 따르는 LG의 전통에 따라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된 그다. 다만, 알려진 것이 별로 없어 '젊은' 회장을 바라보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혹여 LG를 잘못된 길로 이끌 경우 그의 미숙한 경영능력에 대한 책임은 물론, '세습체제'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 이를 수 있다.
고인이 된 구본무 회장은 만 50세가 되던 1995년 구자경 명예회장으로부터 총수 자리를 물려받았다. 20년간의 경영수업도 거쳤다. LG화학의 전신인 럭키에 과장으로 입사해 영업, 심사, 수출, 기획 업무를 배웠다. 회장으로 선임되기 직전에는 '럭키금성'에서 'LG'로의 CI 변경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구 회장의 취임 당시 30조원 규모였던 LG그룹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160조원으로 5배 이상 급증했다. 이중 해외 매출은 10조원에서 110조원대로 대폭 늘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이 됐다. 임직원 수도 약 10만명에서 21만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또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자-화학-통신서비스' 등 3개 핵심 사업군으로 확립해 '영속기업 LG'로의 기반을 다졌다.
구광모 회장의 앞날은 기회보다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올해로 71주년을 맞은 LG를 100년 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이끌어야 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처럼 그룹을 먹여살릴 확실한 캐시카우도 없다.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선대 회장이 애정을 쏟았던 분야는 중국의 공세에 주춤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에 맞서 인공지능, 자동차 전장, 바이오 등 신사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 구본무 회장의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구광모 회장의 선임은 국내 재계에서도 보기 드문 4대 세습이다. 유교적 가풍과 '인화'를 강조했던 선친의 경영 철학으로 LG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던 덕에 구광모 회장으로의 승계는 아직까지 역풍을 맞지 않았다. LG 총수일가가 갑질과 배임, 횡령 등 재벌들의 흔한 일탈과 거리가 멀었던 점도 고려가 됐다.
하지만 여론은 관대하지 못하다. 한 번의 실수 혹은 부정에 쉽게 돌아선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구축하려면 몇 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구본준 부회장의 계열분리 과정에서도 대중이 납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면 잡음이 일 수 있다. 재벌에 대한 엄격한 잣대는 언제든 LG에 대한 창이 될 수 있다. 결국 구광모 회장의 자질 입증이 답이다.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는 말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김진양 산업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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