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생태계 최후 보루인 국립공원 생물종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전문가는 여전히 부족하다."
16일 경상북도 청송군에 있는 주왕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 만난 박정원 국립공원관리공단 단장은 "국립공원에는 우리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생물종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발견하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왕산 내 서식하는 생물종이 10년 전과 비교해 1.85배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한 해 동안 식물, 포유류 등 13개 분야를 선정해 자연조사를 실시한 결과 야생생물 종수는 3202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08년 조사 당시의 1726종보다 1476종 늘었다.
박 단장은 생물종 수가 증가한 이유로 첨단장비 활용을 꼽았다. 그는 "이번 자연조사에는 타임랩스 카메라 등 첨단기기를 사용해 이전보다 생물종 동정을 더 많이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특히 버섯 같은 고등균류종 경우엔 생육환경에 최적인 시기를 과학적으로 예측해 500종 이상이나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첨단장비만으로는 더 많은 생물종을 찾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박 단장은 "국내는 취업 문이 좁다는 등 경제적 어려움으로 관련 분야의 전공자가 많지 않다"며 "외국처럼 다양한 생물종 분류군 조사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새로 발견된 생물종은 ▲곤충류 1469종 ▲관속식물 758종 ▲고등균류 503종 ▲담수조류 208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131종 ▲조류 60종 ▲포유류 33종 ▲양서·파충류 22종 ▲담수어류 18종 등이다.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Ⅰ급의 경우 산양, 수달, 붉은박쥐 등 3종으로 확인됐다. Ⅱ급은 가시오갈피, 큰바늘꽃, 삵, 담비, 하늘다람쥐, 새호리기, 새매, 큰말똥가리, 긴꼬리딱새 등 9종이다.
지난해 주왕산에서 포착된 산양(왼쪽)과 긴꼬리딱새. 사진/국립공원관리공단
특히 지난해 4월과 9월에는 주왕산 절골지구 인근의 무인카메라에 산양 2마리가 포착돼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42년 만에 처음으로 산양 서식이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주왕산 부근에 최소 3마리 이상의 산양이 서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긴꼬리딱새도 작년 7월 주왕산 주산지 부근에서 처음으로 한쌍이 발견됐다. 이 새는 제주도나 거제도 등 남부 섬 지역에만 주로 관찰되던 철새로 부리와 눈의 테두리가 파란색을 띤 것이 특징이다.
주왕산 일대는 계곡과 산림이 조화롭게 발달해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주왕산의 대표 경관지인 주산지는 1㎢당 출현하는 평균 생물 종수가 187.5종에 이른다. 주왕산 전체 평균인 34.5종보다 약 5.4배 높은 수준이다.
경북 청송=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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