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최병호 기자] 자동차 부진으로 현대차그룹 전체가 휘청인다. 전자만 독주하는 삼성이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올 3분기까지 4대그룹 실적을 종합하면, 현대차는 총체적으로 부진했고 삼성은 전자의 의존도가 90%에 육박했다. 상대적으로 SK와 LG는 고른 실적이 안정감을 더했다.
현대차만 뒷걸음…삼성도 내실은 부족
21일 4대그룹 상장사 실적을 종합·집계한 결과,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삼성(상장사 16곳)은 매출 273조7022억원, 영업이익 43조85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4%, 93.3% 올랐다. SK(상장사 17곳)는 매출 162조3503억원, 영업이익 18조229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8.9%, 75.9% 뛰었다. LG(상장사 11곳)도 매출(123조9867억원)과 영업이익(10조4554억원) 모두 13.1%, 76.6%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현대차(상장사 11곳)는 매출(187조1716억원)이 2.2% 올랐지만 영업이익(8조5683억원)은 23.9% 감소, 나홀로 부진했다.
현대차의 부진은 심각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대비 실적이 개선된 곳은 상장사 11곳 중 현대비앤지스틸, 이노션, 현대차투자증권 등 3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상장사들은 모두 이익이 감소했다. 완성차부터 부품 계열사까지 부진이 도미노처럼 번졌다. 현대차(-8.9%)를 제외하고 기아차(-81.4%), 현대모비스(-23.3%), 현대위아(-62.4%) 모두 두 자릿수의 영업이익 감소폭을 보였다.
삼성도 내실은 부족했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흑자전환하고 삼성SDI가 적자 폭을 줄이는 등 부실의 짐을 일부 덜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의존도가 극심했다. 상장사 16곳 중 삼성전자 영업이익(38조4980억원) 비중이 87.8%나 됐다. 삼성생명(1조7394억원), 삼성화재(1조1249억원) 등 금융 계열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조 단위인 곳은 삼성전자뿐이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영업이익이 반토막(-51.9%) 나면서 구조조정 성과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상대적으로 SK와 LG는 고른 실적 분포를 보였다. SK의 경우 아이리버와 에스엠코어 등의 적자기조가 이어졌으나 규모가 작아 부담이 덜하다. 주력 계열사들은 모두 호실적을 이어갔다.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이 조 단위인 곳은 사업지주인 SK(4조4280억원)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2조3890억원), SK텔레콤(1조2261억원), SK하이닉스(9조2554억원) 등 4곳에 달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전년 동기 대비 431.7%나 영업이익이 폭증하며 SK텔레콤·SK이노베이션과의 삼각편대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LG도 LG화학(2조3134억원), LG디스플레이(2조4171억원), LG전자(2조1016억원) 등 주력 3사 모두 2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해 균형이 돋보였다. LG이노텍이 큰 폭으로 흑자전환하고 나머지 계열사들도 대부분 선방했다. 지주회사 체제로 새로 편입된 LG상사 역시 실적이 견조해 향후 수익 기반도 한층 튼튼해졌다.
SK·LG, 고른 실적…삼성·현대차와 희비
3분기 실적도 누적 실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4대그룹 중 현대차만 영업이익(2조2247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31.4%). 삼성(16조2277억원)과 SK(6조9695억원)는 영업이익이 두 배 이상(각 146.7%, 156.2%) 뛰었다. LG(3조1139억원)도 61.4% 증가해 준수한 흐름을 이어갔다.
현대차그룹은 3분기 고민이 더 깊어졌다. 기아차가 427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모처럼 현대차의 실적이 개선된 것을 희석시켰다. 한중 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면서 사드 후폭풍에서 벗어나는 흐름이지만 한미FTA 개정이라는 새로운 악재에 직면했다. 여기에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부진을 벗어날 묘안이 딱히 없는 데다, 자동차 본고장인 유럽은 여전히 난공불락으로 꼽힌다.
현대차 사례는 삼성에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삼성전자가 사상 최대 실적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부실 계열사들의 회복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익 감소폭이 3분기 더욱 깊어졌으며(-71.2%), 회복하는 듯 했던 삼성중공업도 3분기 다시 영업이익이 71.9% 급감하며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79.1%에서 89.6%까지 급등했다. 유일한 버팀목인 삼성전자가 꺾이면 그룹 전체에 파장이 이르는 구조다.
SK의 주축들은 3분기에도 승승장구했다. SK텔레콤이 주춤했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가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사업지주 SK도 영업이익이 75.8% 올랐고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각각 132.3%, 414.8%라는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LG는 3분기 ‘포트폴리오 강자’의 면모를 한껏 뽐냈다. 전체 상장사가 모두 향상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전자는 3분기에도 각각 영업이익 증가율이 71.7%, 81.3%, 82.2%로 효자 몫을 톡톡히 해냈다. 전기차배터리와 OLED 디스플레이 등 미래를 내다본 투자가 결실을 맺기 시작하며, 향후 전망도 밝혔다.
이재영·최병호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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