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스크린야구 업체들의 주도권을 잡기위한 경쟁이 갈수록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이 성숙되기도 전에 '경쟁사가 망해야 내가 산다'는 식의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크린야구 1위 리얼야구존은 매장 수 200개를 돌파했다. 이어 스트라이크존(법인명 뉴딘콘텐츠), 레전드야구존, 다함께야구왕(법인명 스크린야구왕)이 각각 약 150개, 100개, 50개 가맹점으로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는 가맹 계약을 체결한 숫자로 실제 오픈해 영업 중인 매장은 수는 이보다 적다.
이들 업체들은 가맹점 수에 매우 민감하다. 스크린야구장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점주들은 브랜드를 평가하는 주요지표로 매장 수를 가장 먼저 꼽는다. 업체들이 가맹 계약 체결 단계에 있는 곳까지 포함해 매장 수를 부풀려 홍보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각종 광고에도 엄청난 비용을 쓰고 있다. 지난해 리얼야구존은 매출액 360억원, 영업이익 56억원을 기록했지만,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로만 17억원을 넘게 지출했다. 광고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올해는 이 비용이 훨씬 증가할 전망이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하나같이 인기 연예인과 전직 유명 야구선수 등을 모델로 내세워 TV는 물론 온·오프라인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매장을 낼 수 있는 상권이 한정된 것도 문제다. 주택가 등 작은 상권에서도 영업이 가능한 스크린골프와 달리 스크린야구는 대부분 번화가에 위치하고 있다. 주요 고객층이 20~40대의 젊은 층이기 때문에 술집 등 유흥가가 밀집된 지역에 매장을 낼 수밖에 없다. 일부 지역에는 반경 수 백 미터 안에 주요 업체 매장들이 오밀조밀 모여 경쟁하고 있다.
인천에서 스크린야구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처음 문을 열었던 2년 전에는 근처에 우리 매장뿐이었지만 지금은 4개 브랜드의 야구장이 경쟁하고 있다"며 "매장이 하나 생길 때마다 월매출이 대략 1000만원씩 줄어들어 지금은 가게 유지만 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업체들이) 월매출 4000만원이니 하면서 홍보하는데, 그 정도 매출이 나올만한 곳은 이미 매장이 포화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다들 출혈경쟁이라는 것을 알지만 누구도 먼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1~2위 선두권에 올라 이를 유지해 나가야 지속적인 가맹 유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익성을 포기하서라도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고객이 스크린야구장에서 야구 게임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레전드야구존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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