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단체협약에 따라 영유아에 대한 보육수당을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김모씨 등 일산병원 근로자 74명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보육수당환수권한부존재확인 등에 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공단과 일산병원 노동조합은 지난 2008년10월30일 직장 보육시설의 설치와 관련해 기존에 지급하던 육아 용품비를 없애고, 직장 보육시설의 설치 완료 시까지 지역의 보육시설과 위탁계약을 체결해 조합원 자녀의 보육을 지원하거나 관련 법령에 의한 보육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공단은 그해 12월30일 보육수당 지급 단체협약과 관련 법령인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시행규칙에 따라 김씨 등이 영유아를 보육시설에 보내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 없이 일률적으로 영유아의 연령에 따라 정부 보육료 지원단가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육수당으로 지급했다.
하지만 공단은 그 무렵부터 2009년 1월14일까지 진행한 일산병원의 감사 결과 영유아보육법령과 여성가족부 지침에 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영유아에 대해서만 보육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보육수당을 지급받은 근로자에게 보육수당 반환을 요청하면서 앞으로 지급할 임금에서 3개월에 걸쳐 분할 상계하겠다는 취지로 통지했다. 이에 김씨 등은 보육수당을 공단에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공단이 직장 내 보육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이상 영유아를 둔 근로자에게 영유아보호법이 정하는 보육시설을 실제로 이용하는지를 불문하고 보육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영유아보육법은 사업주의 보육시설 설치에 관해 근로자가 실제로 이용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지 않고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경우로 한정해 보육수당을 지급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보육시설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영유아의 양육비용은 어떠한 형태로든 소요되리라는 사실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고, 보육시설을 이용할지는 근로자 선택의 문제인데도 단지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지급을 제한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도 "김씨 등이 보육수당 지급 단체협약에 따라 지급받은 이 사건 보육수당은 부당이득이 아니어서 공단에 보육수당을 반환할 의무가 없으므로 그 반환의무의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김씨 등의 주장은 이유 있다"면서 공단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부당이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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