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KH그룹, 빛과전자 인수 뒤 계열사 수혈…주주권 침해 우려
빛과전자 통해 알펜시아리조트 지원 나서
리조트 투자로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
2025-08-07 06:00:00 2025-08-0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8월 5일 16:1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KH그룹이 빛과전자(069540)를 인수한 후 유동성 위기에 처한 계열사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한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에 따른 파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열사 지원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H그룹은 올해 빛과전자 인수에 투자한 금액 이상의 자금을 알펜시아 리조트(이하 알펜시아)에 지원한다. 빛과전자 인수에 계열사와 우호세력을 동원한 만큼, 향후 사활을 건 리조트 사업에 자금을 추가로 지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알펜시아리조트 워터파크(사진=KH그룹)
 
빛과전자, 알펜시아 리조트 지원 한계에도 '영끌' 예고
 
KH그룹이 빛과전자를 인수하기 위해 동원한 자금 규모는 약 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된 신주에 대해선 KH건설이 지배하고 있는 케이헤드조합과 KH필룩스가 지배하고 있는 비엔에스조합이 각각 100억원, 200억원을 지급해 구주는 우호세력인 이에이치조합이 사들이는 구조다. 에이치조합은 지난달 22일 기존 최대주주인 라이트론홀딩스에 잔금을 지급하면서 총 188억원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빛과전자는 앞선 공시를 통해 모든 절차가 마무리되면 7월30일부로 이에이치조합의 지분율은 4.98%, 비엔에스조합은 31.3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KH그룹은 이에이치조합과 라이트론홀딩스 간 지분양수도 계약이 맺어진 이후 곧바로 임시주총을 열고 발행 주식 총수를 기존 5억주에서 10억주로 늘리고 전환사채(CB) 발행한도도 5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이사회엔 배기복 당시 알펜시아리조트 이사 등 KH그룹 측 인사가 진입했고, 김민호 당시 KH건설 이사가 각자대표이사로 선임되는 등 이사회를 빠르게 장악했다. 신규 사업 목적으로는 국내외 부동산 시행 및 건설업, 골프장 운영업 등을 추가하면서 알펜시아리조트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채비도 마쳤다.
 
그러나 인수한 빛과전자의 자금 사정은 녹록지 않다. 빛과전자의 올해 1분기 말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약 133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규모도 23억원, 순손실 규모는 20억원이다. 최근 3년간 실적도 악화하는 추세에 있다. 영업손실은 2022년 -12억원, 2023년 -198억원, 2024년 -193억원이며, 같은 기간 당기순솔실 규모는 -7억원, -196억원 -186억원에 달한다. KH그룹이 계열사를 동원해 빛과전자를 인수했지만, 필요한 자금조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활 걸었던 알펜시아 리조트, 그룹 차원 유동성 위기로 번져
 
KH그룹은 알펜시아를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글로벌 휴양지로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기존에 영위한 엔터테인먼트, 조명, 건설 사업 등 계열사 간 시너지를 기대했다.
 
KH그룹이 알펜시아리조트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KH강원개발은 2022년 강원도개발공사로부터 알펜시아를 약 7115억원에 인수했고, 그룹 계열사이자 당시 상장사였던 KH필룩스, KH E&T(KH건설), 아이에이(038880)치큐, KH일렉트론(KH미래물산), 장원테크(174880) 등을 총동원했다. 메리츠증권으로부터 보유 자산을 담보로 약 3000억원을 조달했고, 각 계열사들은 쌍방울그룹을 대상으로 한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인수 대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알펜시아 인수는 결과적으로 그룹 차원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 특히 그룹 내 상장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심화하는 가운데 2023년 5월 남산의 랜드마크 호텔인 그랜드하얏트서울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음에도 KH필룩스를 비롯해 KH건설, IHQ, KH미래물산, 장원테크 등 그룹 계열사 상장사들은 지난해 모두 상장폐지되는 사태를 맞았다. 이 같은 상황서 KH그룹이 선택한 것은 인수합병(M&A)이었다. KH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대양금속(009190) 인수를 시도했지만 끝내 무산됐고, 빛과전자 인수로 선회했다.
 
문제는 최근 상법 개정에 따른 여파가 향후 KH그룹 계열사 지원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이다. 최근 빛과전자의 종속회사인 프레스티지개발은 KH강원개발이 보유한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일대 토지 20필지를 280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을 지난달 공시를 통해 발표했다. 이는 빛과전자가 조달한 자금을 통해 계열사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사실상 현금을 주입하는 구조다.
 
빛과전자는 광통신 모듈 기업이다. 신규 사업 목적으로 리조트 사업 개발과 관련한 업종을 추가했지만, 계열사 지원을 위한 자금줄로 쓰일 시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근 상법 개정 여파가 가시지 않은 가운데 주주가치 훼손을 주장하고 나선다면 향후 추가적인 자금조달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KH그룹 계열사에 질의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