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화장품 브랜드의 성장 축이 브랜드숍에서 홈쇼핑과 드럭스토어로 옮겨가고 있다.
로드숍을 기반으로 중저가 화장품 시대를 열었던 브랜드들의 매출이 주춤한 사이 홈쇼핑과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를 통해 판매로를 넓혀온 신흥 브랜드들이 떠오르고 있다.
13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연고 콘셉트의 수분크림으로 인기를 끈 닥터자르트는 올 상반기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6개월만에 작년 연간 매출액(863억원)보다 큰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올해 전체 실적은 2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상반기 매출액 1000억원은
토니모리(214420)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국내 단독 매장 수는 토니모리 398곳, 닥터자르트 0곳이다. 닥터자르트는 올리브영과 면세점을 주 채널로 삼아 성장했다. 오는 14일 서울 신사동에 첫 플래그십스토어를 열 계획이지만 당분간 단독 매장을 크게 확대해나갈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메디힐과
리더스코스메틱(016100)도 드럭스토어와 면세점을 통해 성장했다. 특히 메디힐은 올해 4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로드숍 1세대인
에이블씨엔씨(078520)의 미샤를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리더스코스메틱은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88%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얼굴에 바르는 아이크림으로 유명한 A.H.C는 홈쇼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A.H.C의 모회사 카버코리아의 매출은 2014년 500억원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565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1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으며 연간으로는 3000억~4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A.H.C의 아이크림은 올 상반기 GS샵에서 판매량 2위,
CJ오쇼핑(035760)에서 4위를 기록했다. A.H.C는 홈쇼핑 인기를 바탕으로 드럭스토어와 면세점 등으로 판매채널을 넓혔고 중국에서도 별도의 마케팅 활동 없이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발주자로서 무리하게 로드숍을 확장하기 보다는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드럭스토어와 홈쇼핑을 공략한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드럭스토어와 홈쇼핑은 로드숍에 비해 매장관리에 드어가는 비용은 적지만 소비자 유입은 훨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인 채널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단독 매장을 채우기 위해 여러 제품의 구색을 맞출 필요 없이 주력 제품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여러 브랜드의 제품이 입점한 드럭스토어에서는 가격, 성분을 비교하기 쉬운 만큼 제품력을 바탕으로 한 브랜드들이 경쟁력을 갖게 됐다"이라며 "2030 여성들이 많이 찾고 방문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화장품 성장 채널로 PB(자체브랜드)를 꼽고 있다. 브랜드를 떼어내 가격을 낮춘 화장품이 가성비 트렌드에 부합하는 데다 이미 갖춰진 유통망을 바로 활용할 수 있어 초기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드럭스토어인 올리브영은 웨이크메이크와 식물나라 등 PB브랜드를 꾸준히 강화해온데 이어 최근 빙그레와 손잡과 바나나맛·딸기맛우유 보디케어 제품을 선보였다.
이마트(139480)와 롯데백화점도 올해 자체 화장품 브랜드인 센텐스와 엘앤코스를 론칭하며 PB 화장품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 모습. (사진=뉴시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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