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기획 매각 진통…무산 가능성도
"퍼블리시스와 협상 사실상 중단…인수가격 등 이견 커"
2016-05-02 17:07:09 2016-05-02 17:33:03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세계 3위 광고대행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제일기획(030000) 매각 협상이 난항이다. 일각에서는 딜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2일 복수의 삼성 및 광고업계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제일기획 지분 30%를 퍼블리시스에 넘기는 매각 협상이 사실상 중단 상태다. 인수합병(M&A) 작업의 경우 비밀리에 진행돼야 하는데, 매각 이야기가 시장에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도 흐려졌다. 인수를 먼저 제의했던 퍼블리시스가 시간이 갈수록 무리한 조건을 내걸어 협상 자체가 꼬였다는 전언이다.
 
빅딜 결렬 가능성은 퍼블리시스를 통해 제기됐다. 지난달 말 모리스 레비 퍼블리시스 회장은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제일기획 인수와 관련해 "현재 조율 중이나 진전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다우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제일기획과의 전략적 협력에 대해 논의 중이지만 딜의 성사 여부는 보장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이조차 삼성의 양보를 더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 발언일 수 있다. 앞서 삼성은 지난해 말 사장단 인사에서 이서현 사장이 제일기획 사장 직함을 내려놓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에만 집중하는 것으로 보직을 변경했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광고(제일기획)와 패션(구 제일모직)을 이건희 회장의 차녀 이서현 사장 소유로 인식했던 재계의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이는 곧 제일기획의 매각을 의미했다.   
 
또한 제일기획이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제일기획의 1분기 매출총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한 2261억원. 이중 삼성그룹 광고가 63%를 차지한다. 지난해 4분기(65%)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의 절대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광고업계에서는 그중에서도 삼성전자 비중이 압도적일 것으로 추정한다. 제일기획은 중국, 미국, 인도 등 43개국에 법인, 사무소, 지점을 포함한 52개 거점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가 진출한 해외 거점마다 동반 진출해 광고사업을 도맡고 있다. 제일기획의 연결 자회사를 포함한 해외 매출 비중은 76%다. 
 
삼성 관계자는 "제일기획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다져졌는데, 자체적인 확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며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자생력에 대한 의문은 있어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퍼블리시스가 삼성전자 물량을 수년간 독점 확보하려고 했던 점도 협상의 장애물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룹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스포츠 사업도 매각의 난제다. 제일기획은 지난 2014년부터 수원삼성블루윙스 프로축구단, 남녀 프로농구, 남자 프로배구 등의 운영을 맡아왔고, 지난해에는 프로야구단 삼성라이온스의 주식 12만9000주를 6억7600만원에 인수해 통합 절차를 마무리했다. 퍼블리시스는 스포츠단의 인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으며, 삼성 또한 사회공헌 차원에서라도 스포츠단을 쉽게 접거나 넘길 수 없다. 이재용 부회장은 알려진 것처럼 야구광이기도 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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