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여파가 예술계까지 번지고 있다. 불특정 다수 관객이 모이는 공연·전시의 특성상 감염성 질병의 발생과 확산은 치명적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공연.전시의 연기 혹은 취소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해에 이어 예술계의 속앓이가 다시 한 번 재연되는 분위기다.
먼저 축제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 '제1회 남한산성아트홀 모노드라마 페스티벌'은 9월로 연기됐다. 안숙선, 김성녀, 박정자, 손숙 등이 출연을 확정하며 화제를 모았던 이 축제는 본래 이달 12일부터 개최될 예정이었다. 제23회 젊은연극제 개막식은 당초 13일에서 20일로 미뤄졌다. 다만 연극제 기간은 오는 15일부터 계획대로 진행된다.
개별 공연이나 전시 프로그램들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세종문화회관은 M씨어터에서 예정된 가족뮤지컬 '일곱난쟁이' 공연 중 6월9~12일 분을 취소했다. 금천예술공장의 6기 입주작가 오픈스튜디오와 ‘우글거리는 미로들’ 전시가 11일 동시 개막될 예정이었으나 모두 취소됐다. 개막식을 비롯한 오픈스튜디오는 물론 전시회도 취소돼 추후 개최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토론회마저 중지된 상황이다. 서울문화재단과 서울연극협회에서 마련한 '서울연극제와 서울 연극발전을 위한 열린 토론회' 역시 8일 열릴 예정이었지만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잠정 연기됐다.
불안감은 이미 커질 대로 커졌다. 현장 관객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한 공연·전시 등을 주업으로 삼는 예술계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행사를 아예 전면 취소하거나 극장이나 전시장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정도의 소극적 대응 밖에 할 수 없다.
공연·전시 기획자들은 울상이다. '올스톱'에 대한 공포 속에 대체로 숨 죽이는 분위기다. 가뜩이나 6월은 전통적인 공연 비수기에 해당한다.
전염성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전국민이 합심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최악의 사태를 막고 난 후에는 책임 소재를 정확히 따져야 한다. 이번 사태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볼 때 인재라 할 수 있다. 국공립단체의 공연 취소에 따른 피해는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하지만 방패막이가 없는 민간은 걱정이 태산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순수예술계가 정부 실책에 한껏 더 움츠러들고 있다.
김나볏 문화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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