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의 사죄다. 눈물을 흘렸고 무릎도 꿇었다. 그런데 여론은 차갑기만 하다.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가 된 가수 겸 배우 유승준(스티브 유) 이야기다.
굳게 닫혔던 소통의 통로는 마침내 열렸다. 현재 유승준은 병역기피에 따른 입국금지 조치로 공중파 방송 출연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콘텐츠 유통채널 덕분이다. 지난 2002년에 터졌던 군복무 기피 논란에 대한 유승준의 심경 발표는 19일 아프리카TV 생중계를 통해 이뤄졌다.
홍콩에서 진행된 인터뷰가 인터넷을 타고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소통의 물꼬를 튼 것이 소통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콘텐츠 전략의 실패다. 유승준의 심경 발표 후에도 '왜'라는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 유승준은 그때 미국 시민권을 선택했을까. 이 점에 대해 유승준은 아버지의 설득, 6집과 7집 앨범과 관련한 37억원 규모의 계약, 자신에게 기대 생계를 유지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 개인으로서가 아닌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책임론이다. 하지만 병역기피 의혹에 대한 해명으로는 그리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이런 논리로는 국가라는 더 큰 공동체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승준은 병역 기피를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일단 이야기를 나누려고 미국에 간 것인데 일본 공연과 공교롭게도 시기가 맞물렸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역시 안 하느니만 못한 변명이 됐다. 당시 유승준은 일본 공연을 위해 병무청의 허가 아래 출국했고, 공연을 마친 뒤 곧바로 미국에 건너가 시민권을 획득했다. 고의적이라고 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어 보인다.
왜 지금 사과하는 것일까. 유승준은 정체성 문제를 말하며 아버지로서 자녀들에게 떳떳해지고 싶다고 했다. 이해 가능한 부분이지만 대중의 시선으로 볼 때는 개인 사유에 불과하다. 쌍방향 소통을 염두에 뒀다면 대중이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의혹을 고려해 답변했어야 했다. 시점의 문제가 걸린다. 만 38세였던 지난해까지 입대 대상이었는데 만 39세인 올해 이 같이 나선 게 대중의 눈에는 마뜩치 않다. 혹시 의무는 저버리고 권리만 챙기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물론 '왜'라는 질문은 유승준이 아닌 법무부를 향해서도 가능하다. 왜 유승준에게는 관광비자마저 허락되지 않는 것일까. 유승준은 자신이 현재 사상범이나 정치범 등과 이름이 같이 입국금지 목록에 올라 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다. 외국인이면 외국인 신분에 걸맞게 대우하면 된다. 한쪽은 대중의 마음을 너무 읽지 못해서, 한쪽은 지나치게 대중의 시선을 의식해서 아쉽다.
김나볏 문화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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