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건물을 확실하게 철거하려는 강남구청의 꼼수가 성공했다.
13일 서울행정법원은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건물이 기능을 상실했다고 보고 ‘구모’가 낸 철거 영장 정지 요청을 기각했다. 강남구청이 비판을 감수하면서 철거를 시도한 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강남구청은 지난 6일 오전 구청직원 200여명과 용역 50여명, 포크레인 3대를 동원해 구룡마을 주민자치회관 건물 철거를 시도했었다. 법원의 정지명령을 받고 철수했지만 건물에 큰 피해를 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강남구청의 철거집행 대상인 건물은 이미 상당부분 철거돼 물리적 구조와 용도, 기능면에서 사회통념상 독립된 건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남구청의 철거 시도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법원은 강남구청이 6일까지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변하고 철거를 시도한 것에 대해 “신뢰에 어긋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건물 안에 주민들이 있는 상황에서 포크레인으로 건물 철거를 시도한 것에 대해서도 반인권적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이런 비판을 감수하면서 강남구청이 기습적이고 폭력적인 철거를 시도한 것은, 재판에서 불리한 판결이 나와 건물을 철거하지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민자치회는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주장했던 100% 수용방식보다 서울시의 일부 환지 방식을 지지하는 등 강남구청과 대립했었다. 주민자치회관 건물은 주민자치회 활동 중심이었다. 주민자치회관을 철거함으로써 강남구는 주민자치회 활동을 약화시키는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이 강남구청의 철거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추후 강남구청이 비용납부명령을 하는 경우 이를 다투면서 선행처분인 계고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등 강남구청의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이 남아있다”고 적었다.
또 재판부는 "법원이 구모의 의무불이행을 방치하는 것이 심히 공익을 해하는지를 심사할 겨를도 없이 대집행 영장 발부 및 통지 이후 실행행위까지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은 것을 이용해 철거를 단행한 것은 행정청의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서 한 주민이 철거된 주민자치회관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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