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이슬람국가(IS)의 일본인 인질 사건과 관련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IS 협상 조건 변경에 日 '당황'
IS에 붙잡힌 일본인 두 명 중 한 명인 유카와 하루나씨가 살해된 영상이 공개된 데 이어 석방 조건이 몸값에서 요르단 사형수 석방으로 바뀌면서 정부가 당황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나아가 IS가 여성 사형수 외에 또 다른 남성 사형수의 석방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져 협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 우려가 크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이번 인질 사건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매우 큰 시련이며 선택도 극히 제한되어 있다”고 전했다.
특히 IS의 협상조건이 몸값에서 포로 교환으로 바뀌면서 정부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다는 설명이다.
우선 군사력을 동원해 인질을 구출하기에는 대내외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일본 자위대가 구출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위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의 관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아베 총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했으나 뚜렷한 대책 없이 “테러와 협상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부도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IS가 고토 겐지를 풀어주는 조건으로 제시한 여성 사형수의 석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요르단도 난처, 사형수 석방시 여론 '악화' 우려
요르단 정부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아베 총리는 요르단 국왕에게 석방 조건을 설명하고 설득 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요르단에서는 포로를 교환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요르단 정부는 지난해 요르단 출신 조종사와 자폭테러범 여성 사형수를 맞교환하자는 IS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요르단 시민들은 자국민도 보호하지 않았으면서 남의 나라 국민을 위해 여성 사형수를 내주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항의하고 있다.
요르단 국민의 70%는 중동 전쟁으로 팔레스타인을 피해 온 난민과 그 자손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와 그 후원자가 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반감이 뿌리깊게 박혀있다.
요르단 국민은 “미국이 주도하는 이슬람과의 전쟁’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대부분이다.
특히, IS가 지명한 알리샤위 사형수는 2006년 암만의 호텔을 폭파해 요르단 9.11이라고 불리며 나라에 큰 충격을 준 인물이어서 요르단 정부가 풀어줄 경우 여론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태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자 아베 총리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날 아베 총리는 후미오 기시다 외무장관에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계속 긴장감을 갖고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나가노 코이치 대학교수는 "이번 사건은 일본이 적극적인 외교와 안보와 관련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