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별 실적.(출처=SK이노베이션)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이노베이션이 석유사업 부문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화학사업 부문에서도 영업이익이 66% 급감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25일 올 1분기 영업이익 2262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5%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6조88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당기순이익은 64.1% 줄어든 975억원으로 집계됐다.
당초 시장에서는 2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대했으나 석유와 화학사업 부문이 동반부진을 보이며 예상치보다 500억원 가량 낮은 성적표를 내놨다.
이 같은 부진의 주된 요인은 화학사업 부문의 실적 악화로 압축된다. 올 1분기 화학사업 부문은 84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2461억원) 같은 기간보다 66% 내려앉았다.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수요 부진 지속으로 PX(파라자일렌) 스프레드(원료-제품가격 차이)가 하락한 데다 올레핀 제품 판매량 감소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주력인 석유사업 부문의 회복이 주춤한 것도 실적 개선을 더디게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석유사업 부문은 3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분기(3835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3110억원의 적자가 난 전 분기 대비 흑자전환에는 성공했지만, 개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유가와 환율변동에 따른 재고관련 손실이 축소된 것"이라면서 "시황 회복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일회성 비용 소멸효과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윤활유사업 부문은 나홀로 회복세를 이어가며 실적의 효자임을 증명했다. 윤활유 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7471억원, 663억원.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17.3% 증가했다.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지난해 1분기(76억원) 대비 770% 가량 증가하는 등 개선세가 뚜렷했다.
이밖에 석유개발사업은 매출 2188억원, 영업이익 1043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점진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사업 부문 정제마진은 역내 정제시설의 신규 증설에 따른 공급 증가로 개선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또 국제유가는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약세 요인과 하절기 석유 수요 증가 기대감, 우크라이나 긴장 증가 등 강세 요인이 혼재돼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정제마진은 5월 드라이빙 시즌을 시작으로 7월 초에는 동남아 주요시장인 인도네시아 대선, 라마단 기간 등이 겹치며 6~7월까지는 강세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사업 부문 역시 회복 속도가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향후 올레핀 계열 화학제품 스프레드는 역내 정기보수 종료에 따라 공급 증가가 예상되지만,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가 이어져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PX 등 아로마틱 계열 화학제품은 계절적 요인에 따라 폴리에스터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점진적 회복세를 전망했다. 특히 하반기 공급과잉이 예상되는 PX 사업에 대해서는 우려를 일축하고, 예정대로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PX 공장이나 신설 공장은 정제시설에 기반해 타사 대비 원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신설되는 울산과 인천 공장은 현재 예정된 상업생산 시점에 맞춰 가동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있는 여러 PX 공장들은 경제성 문제로 가동률을 줄이고 있고, 역내 다른 공장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시장의 공급과잉 우려를 일축했다. 또 올해 신규 생산 물량 220만톤 가운데 80~90%는 1년 단위로 공급계약이 이미 완료된 상태라고 전했다.
아울러 SK루브리컨츠가 스페인 최대 정유사 렙솔과 합작해 짓고 있는 윤활기유 공장은 오는 10월 초 상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루브리컨츠스페인 공장의 진척도는 92%"라면서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물류비 절감과 운전자본 감소 등으로 연간 400~500억원 정도의 손익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