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1분기 '중국'에 희비 교차..2분기 전·후방 추세 이어진다
후방 중심 OCI 타격 불가피..조세피난처 논란에 '이중·삼중고'
2013-05-31 17:39:51 2013-05-31 17:42:34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국내 태양광 기업의 올 1분기 실적이 다소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수출 비중이 큰 후방산업의 경우 개선 속도가 더딘 반면, 중국 의존도가 낮은 전방업체들은 영업적자를 대폭 줄이며 손익분기점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폴리실리콘의 공급과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방과 후방 산업의 실적 개선 속도차가 올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OCI는 올 2분기에도 폴리실리콘 사업부문에서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폴리실리콘 사업부의 적자 규모는 지난해 4분기 669억원의 영업손실에서 30%정도 감소한 400억원에서 5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평균 가동률이 50%대에서 90%로 치솟았음에도 불구하고, 2분기 역시 개선 추세가 더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여기에다 최근 이수영 회장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설립이 사실로 확인, 역외 탈세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에도 대비해야 하는 등 사업에 치중할 역량이 분산되고 있다.
 
◇OCI, 바닥권 맴도는 판가..실적에 부담
 
실적의 발목을 잡는 주된 요인은 상승세가 지지부진한 판가로 꼽힌다. 폴리실리콘의 kg 당 가격은 1월 초 15.38달러에서 지난 29일 기준 16. 25달러를 기록하며 5개월 동안 5.6%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업계에서 추정하는 OCI의 제조원가 20~25달러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으로, 판가 상승의 걸림돌로 지적된 공급과잉이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을 둘러싼 중국과 유럽연합(EU)의 무역 분쟁도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중국이 한국과 미국, 유럽의 폴리실리콘 업체들을 대상으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함에 따라 각 업체들은 눈치를 살피며 수급조절에 나선 상황이다.
 
올 초만 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수입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무거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면서 폴리실리콘 가격도 덩달아 상승세를 탔다. 폴리실리콘을 구입하는 업체들이 서둘러 재고 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업체들 사이에서 정부가 자국 기업의 피해를 우려, 가벼운 수준의 반덤핑 판정을 내릴 것이라는 기류로 전환되면서 후방 업체들은 다시 재고 축적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가격 역시 상승세가 한풀 꺾이면서 정체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OCI의 경우 중국 수출 비중이 50%에 달해 시장의 이러한 변화에 더욱 민감하다는 진단이다.
 
◇높은 대중국 의존도, 실적 회복의 '복병'
 
태양광 시장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지역인 미국과 일본에서 OCI의 주요 고객사인 중국 기업들이 판로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점도 일정 부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1월 중국 태양광 업체들을 대상으로 향후 5년간 24~36%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들을 견제하고 나섰다.
 
가격보다 품질을 중요시 여기는 일본의 경우, 중국 업체들이 특히 발붙이기 힘든 시장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이 지속된 경기침체로 위축된 상황에서 새로운 판로를 통해 자구책을 모색하던 중국 기업의 시도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사정에 주목하며, OCI 역시 당분간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수출 낮고 판가 상승세인 전방은 개선세 뚜렷
 
반면 전방산업에 속한 한화케미칼과, 전방과 후방의 중간에 위치한 넥솔론, 웅진에너지 등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을 뿐더러 판가도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의 태양광사업 부문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376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0.36% 증가했고, 영업손실액은 2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491억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을 1200억원이나 줄이면서 업계 내에서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다.
 
실적 개선의 원동력은 다양한 지역에 고객사가 포진된 덕으로 분석된다. 고객을 분산, 대중국 편중성을 줄였다는 얘기다.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은 지난 1분기 일본에 전체 수출 모듈의 33%, 남아프리카에 21%, 독일에 13%를 수출하는 등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데 성공했다. 
 
반면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3%로, 지난해 4분기 15%에서 큰폭으로 줄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급과잉의 역풍을 맞고 있는 중국 기업의 영향권에 얼마나 노출됐는지에 따라 실적에서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듈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세도 실적 개선의 밑거름이 됐다.
 
폴리실리콘과 달리 모듈 가격은 올초 와트당 0.64달러에서 지난 5월 말 현재 0.72달러를 기록하며 등락없이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가동률도 높아져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은 지난해 4분기 50~60%에서 최근 90%대로 치솟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가동률과 판가가 현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올 2분기쯤에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부문의 제조원가는 1분기에 와트당 0.64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가동률을 90% 이상 유지할 경우 고정비 감소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현 추세대로라면 2분기에는 손익분기점 도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잉곳·웨이퍼 업체, 판가 상승덕에 적자폭 축소
 
잉곳·웨이퍼 업체들도 지난해 4분기보다 적자규모를 대폭 줄이며 바닥 다지기에 들어갔다.
 
넥솔론과 웅진에너지는 올 1분기 각각 142억원, 1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양사는 전분기에 각각 255억원, 341억원의 적자를 보였으나 올해부터 판가와 가동률이 동시에 상승하면서 그 규모를 줄이는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분기에는 주력 제품과 중국 수출 비중에 따라 회복세가 엇갈렸다"면서 "미국과 유럽 등이 중국산 태양광 제품에 대해 지속적인 견제를 할 걸로 예상되는 만큼 당분간 이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태양광 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사진=뉴스토마토)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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