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잇따라 일부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태양광 사업의 지속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과 LG그룹, 현대중공업 등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목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며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왔다. 원재료에서부터 설치와 발전 등 전 영역을 아울러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내외 경기 침체와 태양광 업황의 장기 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해당 기업들은 일부 사업을 정리하거나 투자를 보류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았던 기대감 대신 '돈먹는 하마'로 전락하며 '애물단지' 신세에 놓이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LG실트론이 100메가와트(MW)규모의 태양광용 웨이퍼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태양광 시황 악화와 중국 웨이퍼 업체들의 덤핑 공세 속에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LG실트론, 공급과잉 따른 가격 경쟁력 약화로 사업철수
업계에 따르면 LG실트론은 이미 지난달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LG실트론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덤핑 공세가 워낙 심해서 팔면 팔수록 적자를 보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 외 기술 경쟁력만으로 버티기엔 한계라는 판단에 따라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급과잉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사업철수의 주된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 세계 웨이퍼 업체의 생산능력은 50기가와트(GW) 규모인데 반해 실제 수요는 30GW 규모인 것으로 추산된다. 공급이 수요를 2배가량 웃도는 전형적인 공급과잉 시장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최소 500메가(MW)와트에서 1GW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가격 경쟁을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LG실트론으로선 생산규모를 키우거나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두 가지 선택지 밖에 없었던 셈이다.
◇태양전지용 웨이퍼.(사진=양지윤 기자)
◇LG계열사, 태양광사업 철수 이어질까?
관심은 자연히 LG그룹으로 쏠린다. 미래 성장 동력이었던 태양광 사업에서 일부 계열사가 철수를 선언함에 따라 다른 계열사에도 연쇄적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LG그룹은 태양광 사업은 기존 계획대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LG그룹 관계자는 "실트론만 태양광 웨이퍼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면서 "모듈을 생산하는 LG전자와 발전사업자인 LG솔라에너지는 사업을 예정대로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수직계열화 그림에서 LG실트론의 다음 단계인 LG전자 역시 태양광 모듈 사업을 지속할 뜻을 피력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실트론에서 공급받은 물량 비중은 크지 않다"면서 "고효율 제품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과 대만 제품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LG실트론의 사업 철수에 따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LG실트론은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LG전자에 9 대 1의 비중으로 물량을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는 실트론을 비롯해 웅진에너지와 넥솔론 등에서 태양광 웨이퍼를 공급받고 있으며, 그동안 LG실트론이 소화했던 물량은 최근 넥솔론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 폴리실리콘 투자 잠정보류..업계 "진입시기 놓쳤다"
일각에서는 LG그룹이 태양광 사업에서 의지를 꺾은 것 아니냐는 시각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수직계열화의 첫 단추인 폴리실리콘 사업 부문에서 LG화학이 투자 결정을 잠정 보류했기 때문이다.
LG화학 역시 실트론과 마찬가지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초 5000톤 규모의 공장 건설을 계획했지만, 폴리실리콘 시장도 포화상태라 1만톤 이하의 공장으로는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해 OCI를 제외한 1만톤 이하의 공장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줄줄이 문을 닫아야 했다. 투자규모를 늘려야 하거나 포기 밖에는 대안이 없다는 얘기다.
상업 생산이 가능한 시점이 되면 구조조정이 완료돼 신규 업체의 진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폴리실리콘 공장의 경우 착공에서 완공, 완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최소 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올해 안에 투자에 나서더라도 2016년쯤에야 상업생산이 가능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폴리실리콘 시장은 '규모의 경제' 논리가 지배하고 있어 최소 1만톤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춰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서 "진입 시기를 자칫 놓칠 경우, 생산에 돌입하더라도 시장 재편으로 진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현대중 사업 축소..한화, 수직계열화 완성
한편 태양광 업황이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삼성그룹과 현대중공업은 사업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삼성SDI의 태양전지 생산을 중단하고, 외주 생산시스템으로 전환했다. 폴리실리콘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결정형 태양전지가 공급과잉 상태에 놓였다고 보고, 박막형 태양전지 사업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 관계자는 "결정형 태양전지는 시장이 포화된데다 보편화된 기술을 요구해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박막형 태양전지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중국 업체들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정형 태양전지가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데 반해 박막형 태양전지는 20%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사업 철수설도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업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R&D에 집중하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면서 "큰 틀의 전략 수정없이 기존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최근 KCC와 합작 관계를 해소하며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공급과잉 지속과 3000톤(t) 규모의 생산능력으론 가격 경쟁력을 가지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투자를 확대하기보다 기존 규모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셀·모듈, 시스템 등 R&D에 집중하며 향후 태양광 시장 환경이 회복할 때를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한화그룹은 공격적 투자활동을 전개하며 수직계열화의 내실을 다지는 데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최근 폴리실리콘 생산라인 준공을 마치고, 시험가동에 들어갔다. 본격적인 상업생산은 내년 1분기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공장 준공으로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한화케미칼)-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한화큐셀, 한화솔라원)-발전소시공(한화큐셀코리아)' 의 고리를 통해 태양광 사업 전반을 아우르게 됐다.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업계 내의 구조조정이 진행중이고, 당분간 업황 회복 또한 지지부진 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화그룹을 제외한 다른 대기업들은 사업을 철수하기보다 축소하며 시장 재진입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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