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달콤한 함정 '민생회복 소비쿠폰'
2025-07-14 06:00:00 2025-07-14 06:00:00
전 국민에게 차등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오는 21일부터 지급된다. 1인당 15만~55만원까지 지급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두고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어떻게 신청하고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문의가 잇따르는 것은 물론, 사용처 확대 등을 둘러싸고 갑론을박도 벌어지고 있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제각각 동상이몽이다. 
 
개인적으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편치만은 않다. 소비쿠폰으로 기본적인 생계에 도움이 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나, 미래 세대가 향후 갚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주변 지인이 소비쿠폰을 두고 '솜사탕 같은 것', '눈먼 돈'이라고 한 말이 귀에 맴돈다. 
 
이재명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경기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위해 30조5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2차 추경안은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31조8000억원으로 늘어났다. 추경의 중심에는 단연 민생회복 소비쿠폰이라 불리는 민생회복지원금 예산이 있다. 과감한 재정 투자를 4분기 연속 0%대 성장 늪에 빠진 내수 경제를 살릴 유일한 '마중물'로 삼겠다는 게 현 정부의 구상이다. 
 
길어진 불황 속 얼어붙은 소비심리와 이로 인해 고통을 겪는 골목상권 등을 심폐 소생하는 데 불가피한 정책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소비쿠폰의 전 국민 무상 배분은 소비를 증대하고 총수요 측면에서 경제 회복 기반 마련에 기여할 수 있다. 취약 계층을 위한 차등적 배분은 일회적이나마 기본적인 생계의 안정화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도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현금을 직접 지급해 국민의 소비 진작을 유도했으며, 일본도 1990년대 장기 불황을 겪으면서 소비쿠폰을 배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소비쿠폰이 경제구조적 측면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시기에 지급됐던 '긴급재난지원금' 상당액은 기존 소비를 대체하는 데 쓰이거나, 소비가 아닌 저축 용도로 활용되며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내수 진작에 일정 부분 도움은 됐지만 일회성으로 끝났기 때문에 소비 지속 효과는 없었다. 또 이 같은 일시적 소비 진작책이 지속적인 소비, 생산, 투자 확대의 승수 효과를 얼마나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소비쿠폰 지급을 위한 재원 대부분은 국채 발행에 의존한다. 이 말인즉슨, '향후 갚아야 할 빚'이라는 말이다. 정부는 31조8000억원 규모의 2차 추경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국채 21조1000억원을 추가 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올해 말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1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쿠폰이 한국 경제에 명약이 될까, 혹은 독배가 될까. 내수를 살려도 결국 나랏빚이니, 소비쿠폰 지급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순 없다. 
 
현재의 민생경제 부진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잠재성장률 하락에 의한 경제 체질 약화의 결과다. 제2, 제3의 소비쿠폰을 지급하지 않으려면 구조적인 잠재성장률 향상을 위한 예산 집행이 우선돼야 한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단기적 성과에 얽매이는 정부 의욕이 앞선다면 아이에게 솜사탕을 쥐여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정부도, 국민도 모두 소비쿠폰이라는 달콤하면서도 아찔한 함정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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