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1년..규제 실효성 '글쎄'
대형마트 '울상'·재래시장 '덤덤'..편의점만 '방긋'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 등 실질적인 '윈-윈' 해법 모색해야"
2013-04-22 15:56:11 2013-04-22 15:59:03
[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를 규제한 지 1년이 됐지만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대형마트의 매출은 크게 감소한 반면, 재래시장과 중소상인의 매출은 규제당국의 기대만큼 큰 혜택을 못봤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대형마트에 납품하던 소상공인들과 농민들의 피해가 늘었으며 마트발 실적 악화는 고용 감소라는 역효과까지 가져왔다.
 
여기에 편의점이나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은 반사이익을 얻고 있어 규제의 혜택이 전혀 예기치 못한 집단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재래시장 이익 못보고 주변 편의점, 온라인쇼핑몰만 반사이익
 
전문가들은 대기업 규제 등 단기 규제 위주에서 벗어나 전통시장의 경쟁력을 살리고 지역상권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모델을 창출하는 등 중장기적 관점에서 '윈-윈(win-win)'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모습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의 매출액 합계는 지난해 같은 동기보다 8.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유통업계 1위인 이마트의 전년대비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2.9%로 2011년 9.5%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홈플러스도 매출 신장률이 -4.4%로 사상 첫 감소세로 돌아섰고 롯데마트 역시 매출이 1.9% 감소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세에도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간 혜택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정진욱·최윤정 연세대학교 교수가 발표한 '대형소매점 영업제한의 경제적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월1일~2012년 6월30일 유통 시장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매출은 월평균 2441억원이 줄어든 반면 전통시장 등에 돌아간 금액은 336억~418억원에 불과했다.
 
즉, 대형마트와 기업형 수퍼마켓(SSM)에서 줄어든 소비의 5분의 1(19.4~21.5%) 정도만 전통시장과 동네슈퍼로 옮겨간 것이다.
 
중소기업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 결과 역시 대형마트 영업규제로 인한 전통시장 체감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장경영진흥원이 지난해 전통시장 점포 1511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통시장의 하루 평균 매출이 10만원 미만인 점포는 19.3%로 2010년보다 5.6%포인트 늘어난 것에 그쳤다.
 
◇재래시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새마을전통시장에서 야채장사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예전보다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늘었지만 전통시장과 동네 상권이 살아날 만큼의 체감은 못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시장 주변의 편의점과 중·소형 수퍼마켓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형마트 전체 매출 신장률은 2011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5.1%에 불과한 반면 편의점과 인터넷 등 무점포 소매업의 매출은 각각 18.3%, 11.0% 등 꾸준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간 것으로 집계됐다.
 
편의점과 온라인몰·홈쇼핑, 하나로마트·하이마트 등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서 빠진 유통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마트발 실적 악화는 고용 감소와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소상공인 및 농민들의 피해를 불러 일으켰다.
 
대형마트 영업이 줄면 당장 주말 아르바이트 고용이 줄어든다. 또 일반적으로 대형마트가 신규 점포를 하나 내면 약 500명의 직접 고용 유발 효과가 있는데, 대형마트들이 신규 출점마저 중단한 상태니 신규 일자리마저 줄어든 상황이다.
 
서울 도봉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시행 이후 사실상 고용은 동결 상태"라며 "이는 지역민의 직접 고용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대형마트 매출 감소로 인해 중소 납품업체와 농어민까지 제2, 제3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보완과 함께 전통시장과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규제한다고 해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제는 서로 상생하는 실질적인 방안을 모색해 지역경제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 유통업체의 경우는 지역 농산물이나 중소업체의 생산 제품의 판매, 노하우 전수 등을, 중소 유통업체들은 협동조합 등을 통한 조직화, 상품의 다양성, 서비스의 질적 개선 등의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중소 유통업체들에 대한 지원 시책도 재설계해 선택과 집중의 지원 프로그램을 재정비하고 시장정보를 중소 유통업체에게 좀 더 제공하는 등 이제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욱 연세대 교수는 "전통시장과 동네 수퍼가 대형마트 등이 취급하기 어려운 특화되고 전문화된 상품을 팔도록 지원하고 교환이나 환불 등을 정부가 보증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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