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 부과 여파로 일본 자동차 업체 도요타가 미국에서의 판매가 인상 방침을 밝히자, 현대차·기아도 가격 책정에 고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경쟁사들의 잇단 가격 인상에다, 미국 내 재고 소진이 임박하고 현지 생산만으로는 수요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 한국산 수입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관세가 붙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기아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니혼게이자신문(닛케이)은 오는 7월1일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도요타 차량 가격이 평균 270달러(약 37만원) 인상된다고 22일(현지시각) 보도했습니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평균 208달러(약 28만원) 오를 예정입니다. 도요타뿐 아니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독일 BMW는 같은 날부터 미국에서 판매하는 차량 중 전기차를 제외한 대부분 모델의 가격을 최대 2500달러(약 240만원) 올리기로 했고, 일본 스바루도 이달 1일부터 일부 신차 모델 가격을 최대 2055달러(약 280만원) 올려 판매하고 있습니다. 포드 역시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에 판매하는 자동차의 가격을 지난달부터 인상했습니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는 데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비관세 재고’가 이달 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 인상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비관세 재고는 미국이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전에 현대차 북미 법인이 확보한 물량입니다. 지난 4월 기준 약 3.1개월치였는데, 관세 부과 우려로 차량 수요가 몰리며 판매가 늘었습니다. 이로 인해 재고 소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에 현대차는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현대차 기업설명(IR) 자료에 따르면 5월 HMMA의 수출량은 14대로 전년 동월(1303대) 대비 98.9% 줄었습니다. 이는 수출 물량을 미국 내수용으로 돌려 현지 수요를 대응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현지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여서 현지 생산만으로 수요를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현대차의 지난달 미 판매량은 8만4521대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습니다.
결국 부족한 물량은 한국에서 수입해 충당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관세가 붙어 가격 인상이 불가피합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재고가 소량 남아 현대차·기아가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는 유리하지만 재고가 모두 바닥나는 7월 중순 전에는 가격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지 내수 생산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나머지 10%는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미 수요 소화, 관세 부담 등)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책”이라고 했습니다. 다음달 미국 내 차량 가격 인상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습니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