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 수의계약 늘리라는 `朴`..형평성 논란
물품수준 무관한 특정층 특혜 될수도
2013-01-28 18:28:49 2013-01-28 18:31:1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주말 공공기관들이 여성기업 제품을 수의계약을 통해 의무적으로 구매하도록 해야한다고 언급하면서 공공기관 수의계약을 놓고 형평문제가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경쟁입찰을 통한 계약이 아니라 수의계약이라는 혜택을 주는 것은 그 만큼 제품의 성능과 기술, 품질 등을 정부가 보장한다는 뜻인데 단순히 여성기업이라는 이유로 지원을 확대할 경우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박 당선자는 지난 26일 열린 인수위 경제1분과위 국정과제토론회에서 "공공기관에서 여성기업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또 여성기업 제품에 대한 소액 수의계약 금액 한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새 정부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박 당선자가 이러한 제안을 하면서 이날 여성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는 등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박 당선자의 제안이 법률화하기에는 매우 부담스러운 과제라는 점이다.
 
현재 공공기관의 수의계약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과 그 시행령에서 엄격히 제한하도록 하고 있는데, 여성기업에 대한 지원책은 법률이 아닌 조달청의 내부 규정인 업무지침에서만 제한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국가와 공공기관의 수의계약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사업이 특정기업 등에 특혜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계약법 시행령은 천채지변 등으로 경쟁입찰이 불가하거나 국가안전보장 등 보안상 필요한 경우, 특수지역 공사로 경쟁이 불가능한 경우, 이미 조달된 물품을 교환 및 확충하는 경우, 중소기업제품중 우수제품 등 30여종의 불가피하거나 특정한 경우에만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있다.
 
대부분 공개입찰이 어쩔수 없이 불가능한 경우이고,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경우도 중소기업 제품중 우수조달물품으로 지정된 물품인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박 당선자가 언급한 부분은 이 법률조항 외에 2000만원 이하의 계약에 대해 수요기관 추천이 없을 경우 여성기업이나 장애인기업과 수의계약할 수 있도록 한 조달청 내부 업무처리규정에 근거하고 있다.
 
소규모 계약의 경우 여성기업과 장애인기업 등 상대적인 약자에 기회를 준다는 취지의 조당청 내부 업무지침이다.
 
박 당선자는 조달청이 직권으로 여성기업과 수의계약할 수 있는 이 금액한도를 높여야만 하는 것.
 
실제로 한국여성경제인협회를 중심으로 여성기업에 대한 이같은 조달지원책이 금액한도가 너무 낮아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을 꾸준히 해왔다.
 
문제는 단순히 여성기업이라는 특정계층에 대한 지원이 공공기관입찰에서의 공공성과 형평성 유지에 반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조달문제를 특정계층에 포커스를 맞춰서 진행하기는 부담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다"면서 "그동안 관련업계의 건의가 있었음에도 진전이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소액조달계약 지원을 할 수 있는 여성기업은 '여성기업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여성이 대표로 있는 회사나 여성이 사업자등록을 한 업체들이다. 쉽게 말해 그냥 여성이 사장인 회사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 관계자는 "공공 조달시장도 공익성이 강조될 뿐, 결국 '시장'이다. 어느 정도 정부가 개입해야할 부분도 있지만, 기업들도 시장의 경쟁력을 갖춰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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