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발레·뮤지컬 등 고루 풍성했던 한 해
2012-12-20 12:56:54 2012-12-20 12:58:4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올 한 해 공연계는 대체로 풍성했다. 세계적인 클래식 공연단체들의 내한 공연이 즐비했고, 국공립단체들도 참신한 공연을 앞세워 관객들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이끌며 이미지 쇄신을 꾀했다.
 
다만 일부 대형공연의 실패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지나친 고가정책을 펴거나 기획사의 역량이 공연수준에 못 미친 경우 관객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프랑스 오랑주 프로덕션 시스템을 들여온 야외 오페라 <라보엠>과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지젤>은 관객의 높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40만~50만원대의 높은 티켓가격을 책정해 흥행에 참패했다.
 
연극계에서는 특별한 '메가 히트작'은 없었다. 다만 레임덕, 대선 등과 맞물리면서 정치풍자극이 잇따라 올라 사회적 관심끌기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시장에서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강화됐다. 라이선스 뮤지컬과 대형 창작공연의 성공사례가 이어졌지만 소규모 공연들은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 클래식·오페라
 
클래식 마니아들은 올 한 해 달력을 보며 행복한 고민에 빠졌을 듯하다.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 런던심포니, 마린스키극장 오케스트라, 필하모니아 관현악단,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소식이 줄지어 이어졌기 때문이다.
 
거장에서 신예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솔리스트들의 공연도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라두 루푸, 안젤라 휴이트, 피에르 로랑 에마르, 랑랑 등 피아니스트의 내한 소식이 특히 많았다.
 
오랫만에 야외 오페라도 펼쳐졌다. 프랑스 오랑주 프로덕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라보엠>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를 여주인공 미미로 낙점하며 화제를 낳았다.  악천후와 티켓가격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지만 공연 자체는 좋은 점수를 받았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국립오페라단도 다채로운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국내 오페라 가수 외에 해외 아티스트들이 함께 어우러진 <라보엠>, <카르멘>, <박쥐> 등의 공연은 국내 오페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향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정명훈의 지휘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막연주가 국내에서 최초로 이뤄졌고, 진은숙이 기획한 현대음악 페스티벌 '아르스노바'에서는 서울시향의 기량과 현대음악의 현주소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었다.  
 
파행을 거듭하던 KBS교향악단도 우여곡절 끝에 재정비됐다. 31년만에 재단법인으로 재출범한 KBS교향악단은 연말을 맞아 기념공연을 마련,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 무용·발레
 
올해에는 발레 팬들의 갈증이 다소 해소됐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공연을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었던 한 해였다.
 
다만 <지젤> 공연을 앞세운 ABT의 경우 세계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고가 티켓정책, 기획사의 미진한 공연준비 등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립발레단의 경우 창단 50주년을 맞아 창작발레를 비롯하여 <지젤>, <스파르타쿠스> 등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여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사설단체인 유니버설발레단 역시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으며, 케네스 맥밀란의 인기 공연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시 한 번 재현해 눈길을 끌었다.  
 
◇ 연극
 
올해는 유독 정치풍자극이 많았다. 대선 정국 때문인지 <대한민국 김철식>, <성은이 망국하옵니다>, <연극, 노무현 3스토리> 등 주로 야권 성향의 작품이 무대에 많이 올랐고, 칠레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한 연극 <과부들>도 시대를 관통하는 메시지를 던지며 관객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졌다.
 
이밖에 극단 청우의 <그게 아닌데>,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목란언니>,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 등이 관객과 평단의 고른 지지를 받으며 올해의 좋은 공연으로 꼽히는 영예를 안았다.
 
원로배우 장민호의 타계 소식도 있었다. 국내 배우 중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딴 '장민호백성희극장'이 설립될 정도로 존경받던 연극인의 타계로 연극계 인사들은 한마음으로 조의를 표했다.
 
◇ 뮤지컬
 
<위키드>의 흥행기록이 올해 뮤지컬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 유료관객 점유율이 95% 이상에 달하고 총 매출액은 240억~260억원에 이를 정도로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블루스퀘어홀은 창립한 해에 바로 대표적 뮤지컬 공연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탄생 25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은 <오페라의 유령>도 내년 초까지 이어지며 라이선스 뮤지컬 흥행 역사를 새로 쓸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엘리자벳>, <시카고>, <맨 오브 라만차>, <라카지> 등 국내의 대형 뮤지컬들도 관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아이돌의 무분별한 뮤지컬 진출에 따른 작품의 질 하락, 소규모 뮤지컬의 흥행 참패 등은 고질적인 숙제로 남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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