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영기자] 일부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보험사의 자본 건전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위험기준자기자본(RBC) 비율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에이스생명의 RBC 비율은 571.0%로 지난 6월의 687.8%보다 116.8%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푸르덴셜생명도 764.4%에서 662.2%로 102.2%포인트 낮아졌다.
RBC비율이란 보험사가 파산하거나 가입자가 보험계약을 일시에 해약했을 경우 보험금으로 지급할 수 있는 자기자본이 어느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순자산 비중을 뜻한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에 이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자본금 증액 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29일 뉴스토마토가 손보업계 RBS를 조사해 본 결과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의 RBC 비율은 지난 6월 452.6%에서 9월 439.7%로 12.9%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LIG손해보험도 201.8%에서 192.5%로 하락했으며, 롯데손보(3.9%포인트), 흥국화재(9.8%포인트)도 RBC 비율이 지난 1분기(4~6월)에 비해 낮아졌다.
RBC 비율이 떨어진 가장 큰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와 저금리 추세 장기화로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기존의 지급여력비율과 달리 RBC 비율은 위험 요인을 세분화해 평가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급여력비율은 보험금 지급 및 이자율 변동 위험만 측정했지만 RBC 비율은 자산가치 변동과 금융사고 위험까지 추가 반영토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부터 보험사에 RBC 비율 도입을 의무화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로 자산운용 수익률이 떨어진 데다 작년부터 각종 위험을 추가 반영한 회계기준이 도입돼 RBC 비율이 급격하게 떨어진 보험사가 적지 않다”며 “이 때문에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의 강화된 재무건전성 여건을 맞추기 위해 올 상반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확충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형 보험사들은 강화된 재무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자사주 처분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현대라이프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으며, 롯데손보도 939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지난달 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NH농협생명과 NH농협손보에 각각 3500억원, 6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방카슈랑스 채널 영업에 집중하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도 판매 채널 다각화를 위해 유상증자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사주 153만여주를 처분해 자본을 보충한 한화손보도 추가적인 자본 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HSBC생명은 지난 8월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162.3%였던 RBC 비율을 250%대로 끌어올렸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주식·채권·부동산시장 등이 모두 침체된 데다 저금리 기조도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RBC 비율이 하락하는 보험사가 많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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