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지난해 9월15일 주무 장관의 낙마를 부른 사상초유의 동시다발적 정전사고가 벌어진지 꼬박 1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전력공급은 여전히 불안한 실정이다.
올 여름 폭염을 겪으면서는 예비전력이 시시각각으로 위험수위를 넘나들며 '블랙아웃' 공포에 시달려야 했고, 9월 늦더위에도 전력당국은 '노심초사'다.
정전을 막기 위해 발전소의 발전이 중단되는 예방정비기간을 줄이고,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발전소가 멈춰설 가능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13일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발전소 예방정비기간은 과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고리원전 3호기의 경우 첫 점검을 시작한 지난 1986년에는 정비기간이 78일에 달했지만, 작년 4월에는 절반 수준인 31일간만 정비했다. 고리 1호기 역시 1978년 첫 점검 때 70일간 예방정비를 했지만, 올해는 29일만 정비했다.
영광원전 1호기도 올 2월에 실시한 예방정비기간이 지난 1986년에 실시한 첫 정비에 비해 42일 감소한 28일로 나타났다.
똑 같은 원전에 대해 원전 자체는 점점 더 노후화되는데, 오히려 점검기간은 짧아지고 있는 것이다.
예방정비기간이 짧아지면서 사고는 더 잦아졌다.
올해 고장으로 가동을 멈춘 원자력 발전소들 중 2곳이 1년 이내에 예비정비를 받았던 발전소다.
울진원전 1호기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예방정비를 시행했지만 지난 8월 고장으로 인해 가동을 중지했고, 지난해 6월부터 7월까지 정비한 영광원전 6호기도 지난 7월 부품 고장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발전소에 대한 예비정비체계를 전반적으로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전소들이 지금까지 해오던 모든 예방정비 절차를 짧은 시간 내에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관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원자력발전소 뿐 아니라 모든 발전소 피로도가 누적돼 겨울 전력피크기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비기간이 짧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새로운 예비정비체계를 마련해 좀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소의 안전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경부 관계자는 "기간이 줄었다고 정비를 소홀히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정비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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