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전국 가짜석유 유통의 80% 이상을 담당했던 국내 최대 유통조직이 경찰에 적발되면서 가짜석유 판매로 인한 피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까지 연비를 떨어뜨리고 엔진을 손상시키는 가짜석유 판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자들일 속출해왔다.
가짜석유를 단속하는 유일한 정부기구인 한국석유관리원으로서도 '앓던 이'가 빠진 셈이다. 석유관리원은 이 기세를 몰아 올 하반기 가짜석유 단속 고삐를 바짝 조일 방침이다.
◇국내 최대 가짜석유 유통..어떻게 이뤄졌나?
11일 경찰과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서울수서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등은 지난 2009년 10월말 자금관리와 원료공급·운송책·불법유통책 등 역할을 분담한 유통망 조직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지난 6월28일 가짜 휘발유 유통자 35명을 적발하고 21명을 검거해 이 중 6명을 구속했다. 도주 중인 14명에 대해서는 추적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원료 공급 대리점에서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행해 정상적인 유통으로 위장했다. 바지 사장 명의로 사업자를 개설하고 가짜석유 원료를 주문한 후 단기에 폐업했다.
이후 유조차 운전자는 웃돈을 받아 길거리 또는 지정된 도착지가 아닌 저장소로 운반했으며, 인적이 드문 저장소를 임대해 사용하거나 조립식 창고·길거리에서 유조차를 이용해 가짜 석유를 제조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석유는 플라스틱 탱크를 실은 탑차로 운반돼 나눠졌다. 소매상은 휘발유를 철깡통에 나눠서 페인트 가게나 길거리 등에 유통했으며, 경유는 주유소로 넘겼다.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협조해 가짜석유의 제조·유통·판매에 관여한 가담자가 더 있는지 수사할 것"이라며 "또 가짜석유 유통조직 배후에 조직폭력배가 연계돼 있는 혐의를 포착하고 관련성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용제판매 47% 감소..정품 휘발유 판매로 이어져
석유관리원의 단속으로 올 상반기 가짜석유 원료로 들어가는 용제 판매량은 감소한 반면 정품 휘발유 판매는 늘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까지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용제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감소했다. 전체 휘발유 판매 33만3000㎘ 중 중 57%가 용제 감소로 인한 정품 휘발유 수요 증가로 분석됐다.
아울러 올 상반기 가짜석유를 팔다가 적발된 업소도 감소했다. 지식경제부와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짜석유를 팔다 적발된 업소는 181곳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0% 이상 감소했다.
이처럼 가짜석유 관련 적발이 증가한 것은 석유관리원이 올 초 가짜석유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본격 단속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승철 석유관리원 이사장은 "가짜석유를 취급하다가 적발된 주유소는 행정처분과 형사처벌·부당이득 환수 등을 통해 패가망신에 이르도록 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밝혀왔다.
지난 5월 이중탱크·리모컨 등 불법 시설물을 이용해 가짜휘발유를 판매한 업체에는 한 번만 적발돼도 등록을 취소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한 이후 15곳의 업소가 적발됐다.
이들 업소는 등록이 취소와 함께 같은 장소에서 2년간 영업을 할 수 없게 됐으며, 과징금도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였다.
석유공사는 이 같은 기세를 모아 올 하반기에 가짜석유 단속의 고삐를 바짝 조일 예정이다.
용제 수급 상황 보고와 운송 대장 허위유무 조사를 강화하고, 불법 유통이 확인될 경우 즉시 용제 공급을 중단시킬 계획이다. 또 가짜석유 원료공급과 가공세금 계산서, 유령 사업체 등과 용제 불법 거래를 원천 봉쇄할 예정이다.
아울러 석유 수급 상황 전산화 시스템을 구축해 등유를 혼합해 만드는 가짜경유까지 전체 물량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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