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도 '이란' 탓 …"미국 석유 사라"
종전 언급 없이 동맹국에 '책임 전가' 급급
트럼프 연설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한국도 '휘청'…증시 무너지고 환율 뛰고
2026-04-02 17:08:34 2026-04-02 17:17:4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이란 전쟁 이후 약 한 달 만에 첫 대국민 연설에 나섰으나, 기대와 다르게 구체적인 종전 일정이나 계획은 언급하지 않은 채 군사작전 종료 단계에 근접했음을 알렸습니다. 그는 이번 전쟁이 객관적으로 뚜렷한 실익이 보이지 않음에도 "이미 이란의 정권이 교체됐다"고 거듭 주장하며 종전의 명분을 스스로 만드는 데 급급했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문제를 유럽 등 동맹국의 비협조 탓으로 떠넘기는 것도 모자라, 유가 상승을 "이란의 (상업 선박에 대한) 테러 공격 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과 아시아 우방국을 향해 원유가 필요하면 "미국에서 사라"며 미국산 에너지 구매도 압박하고 나섰습니다. 
 
연설 직전 종전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내림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곧바로 오름세로 돌아섰으며, 아시아 등 주요국 증시는 무너졌습니다. 국내 금융시장 역시 코스피 지수가 전날보다 4% 이상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으며, 그의 '입'에 또다시 롤러코스터 장세가 재현되는 모습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미국은 산유국…호르무즈 알아서 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약 20분간 진행한 대국민 연설에서 "핵심 전략 목표가 완수에 가까워졌다"고 밝히며 군사작전 종료 단계에 근접했음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면서 약 20분이라는 상대적으로 짧았던 연설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촉발된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달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는 최근 유가 상승에 대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이란의 테러 공격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단 몇 분 만에 베네수엘라라는 국가를 장악했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와 진정한 의미의 합작투자 파트너가 됐다고 묘사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는 국가가 되었다"며 "미국은 현재 거의 석유를 수입하지 않고, 앞으로도 수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미국은 중동산 원유 공급 차질로 인한 유가 상승과는 무관하다는 일방적 주장도 모자라,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호르무즈 해협 돌파의 책임을 동맹국에 떠넘기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 각국은 공급로를 (스스로) 잘 관리해야 한다"며 "그들이 그토록 절실하게 의존하는 (중동산) 석유를 보호하는 일은 스스로 주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제안할 것이 있다"며 "미국에는 석유가 넘쳐난다. 미국에서 석유를 사라"고 말했습니다. 또 "좀 늦었지만 용기를 내서 해협으로 가서 스스로 해협을 지키고 원유를 사용하라"며 거듭 동맹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내놨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국내 금융시장도 '악' 소리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종전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시장은 예상과 다른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요동쳤습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와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6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연설 직전 종전 기대감에 전장보다 2.7% 떨어진 배럴당 101.16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1.2% 하락한 배럴당 100.12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연설 직후 브렌트유는 3.9% 뛴 105.13달러를 기록했고, WTI 역시 3.2% 오른 103.35달러를 나타내며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아시아 증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무너졌습니다. 전날 뉴욕 증시는 종전 기대감에 일제히 상승 마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회견 직후 개장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2.40% 하락한 5만2449.00에 마감했으며, 대만 가권지수(-2.45%)와 인도 센섹스 지수(-1.83%) 역시 2% 가까운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호주 S&P/ASX 200 지수(-1.06%)를 비롯해 인도네시아 IDX(-1.48%), 베트남 VN 30(-1.03%) 지수도 1%대 하락 마감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도 요동쳤습니다. 한국거래소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4.47% 떨어진 5234.05에, 코스닥은 5.36% 하락한 1056.34에 각각 장을 마감했습니다. 전날 전쟁 종전 기대감에 8.44% 급등했던 코스피는 하루 만에 상승분의 절반 이상을 반납한 것입니다. 특히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장중 변동성이 극심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습니다.
 
외환시장도 출렁였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 야간 거래에서 1500원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8.4원 급등한 1519.7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장중 오름폭을 키우면서 한때 1524.1원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국민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제유가가 재차 급등했다"며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련 강경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한층 확대됐다"고 평가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부 루터바흐의 토탈에너지 주유소에서 연료 가격 표시에 미국·이란 전쟁으로 4종의 석유 중 3종이 품절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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