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회전문 인사'…6년간 109건, 국책은행 3곳 집중
기은 60건 최다, 산은 26·수은 13…재취업 편차 뚜렷
부행장급, 자회사 대표·부사장 등 주요 보직 이동 지속
취업심사 '임원만 적용'…자회사·해외법인 사각지대
2026-04-02 06:00:00 2026-04-02 06:00:00
[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국내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퇴직 임직원 재취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최근 6년간 자회사·출자회사로 재취업한 사례가 109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책금융기관 퇴직 임직원의 재취업이 늘고 있는 가운데, 현행 공직자윤리법이 이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성 활용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모회사와 자회사 간 견제와 감시 기능 약화 우려도 제기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공시를 종합하면, 한국산업은행과 기업은행(024110), 수출입은행,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 6곳의 최근 6년간(2020~2025년) 재취업 사례는 총 10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해 K-정책금융연구소 조사 당시 집계된 97건보다 12건 증가한 수치입니다.
 
국책은행 3곳 부행장급, 자회사 이동 집중
 
기관별 재취업 건수는 기은이 60건으로 가장 많았고, 산은 26건, 수은 13건, 중진공과 캠코 각각 4건, 기보 2건 순입니다. 특히 2025년 한 해 동안에만 19건의 신규 재취업이 발생하며 증가세가 이어졌습니다. 다만 기은의 경우 지난해 재취업 사례는 8건으로, 2023년 17건, 2024년 14건과 비교하면 다소 감소한 모습입니다. 산은과 기은, 수은에서는 퇴직한 부행장급 인사들이 자회사 대표나 부사장 등 주요 보직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두드러졌습니다.
 
산은은 최근 6년간 전직 부행장 11명이 산은캐피탈, KDB인프라자산운용, KDB인베스트먼트 등 주요 자회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김건열·양기호·이병호 전 부행장은 산은캐피탈 부사장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고, 배영운·장병돈 전 부행장은 KDB인프라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했습니다. 최대현 전 수석부행장 역시 KDB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지냈으며, 안영규 전 부행장은 산은캐피탈 부사장을, 이준성 전 부행장은 KDB인프라자산운용 부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역시 같은 기간 자회사로 이동한 전 부행장이 16명에 달합니다. 서치길·임문택은 IBK연금보험으로, 문창환·최현숙은 IBK캐피탈로, 김창호는 IBK신용정보로, 이상국은 IBK서비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어 김재홍·전병성은 IBK저축은행으로, 서정학은 IBK저축은행을 거쳐 IBK투자증권으로 이동했습니다. 김윤기·김은희는 IBK시스템으로 이동했으며, 전규백·정재섭은 IBK자산운용으로, 감성한·손현상·최광진은 IBK투자증권으로 각각 재취업해 대표 또는 부사장직을 맡았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재취업자 13명 가운데 5명의 부행장급 인사가 자회사·출자회사로 이직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신덕용 전 부행장은 수은인니금융과 수은싱가포르로 재취업했으며, 김경자 전 부행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으로, 김형준 전 부행장은 한국해양진흥공사로 각각 이동했습니다. 김태수 전 부행장은 수은베트남리스금융회사로, 강승중 전 부행장은 수은아주금융유한공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정책금융 '취업심사 사각지대'…임원만 규제
 
현행 공직자윤리법 제17조는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소속 취업심사 대상자가 퇴직 이후 3년간 취업심사 대상 기관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이는 퇴직 이후 기존 업무와 연관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퇴직 전 5년간 수행한 업무와 재취업 기관 간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나 별도의 취업 승인을 부여할 경우에는 재취업이 허용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가 정책금융기관 전반에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제31조에 따르면 정책금융기관 가운데 취업심사 대상자가 명시된 곳은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유일합니다. 무역보험법에 따라 해당 기관은 2급 이상 직원까지 취업심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반면 이를 제외한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이사나 감사 등 상근 임원만이 취업심사 대상에 해당합니다. 그 결과 다수 직원은 애초에 심사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심사 대상이 아닌 자회사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처럼 취업 제한이 일부 기관과 상근 임원에만 적용되면서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이에 대해 기은 관계자는 "자회사 인사는 상법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등에 따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기은과 자회사 간 협력을 통해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며 "자회사의 모회사 의존도가 높은 구조인 만큼, 여신심사나 마케팅 등 은행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에 일부 퇴직 인력이 재취업 중이다"고 밝혔습니다.
 
전문성 vs 견제 약화…정책금융 인사 '딜레마'
 
정책금융기관은 공적자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인사 운영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더욱 중요합니다. 특히 자회사와 출자회사가 사실상 동일한 정책금융 생태계 안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퇴직 인사의 반복적인 재취업 구조가 조직 전반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한 민간기업의 경우 향후 민영화를 전제로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이들 기업에 모회사 출신 임원을 보내는 사례는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산업은행의 김상수 전 부행장이 한국지엠으로, 수출입은행의 김경자 전 부행장이 KAI로 이동한 사례 등이 대표적으로 거론됩니다.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모회사 출신 인사가 자회사로 이동하는 것은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 기능도 있다"면서도 "모회사는 자회사를 감독해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모회사 임원이 자회사로 이동할 경우 견제와 감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특히 구조조정 과정에서 인수한 민간기업의 경우, 향후 민영화를 전제로 한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인데, 여기에 모회사 임원을 보내는 것은 이해충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태범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교수는 "모회사에서 자회사로 인력이 이동하는 현상은 공공과 민간 모두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구조"라면서도 "동일 출신 인사가 반복적으로 이동할 경우 자회사 독립성과 자율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문성과 함께 윤리적 리더십을 갖춘 인사인지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6년간(2020~2025년) 퇴직 임직원이 자회사·출자회사로 재취업한 사례는 기업은행이 60건으로 최다를 기록했다. 사진은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기업은행)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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