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기업은행(024110)이 미지급 수당 문제 해결에 물꼬를 트면서 다른 금융공공기관들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기업은행 노사가 시간외근무 수당 지급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총액인건비 제도 예외 적용에 대한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같은 총액인건비제 적용을 받는 다른 금융위 산하 기관들도 문제 제기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습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사는 최근 장민영 행장 취임과 함께 해묵은 과제였던 '총액인건비제 제도 개선'에 합의했습니다. 그동안 기타공공기관 규제에 묶여 시간외근무 수당을 보상휴가로만 대체해 왔던 관행을 깨고 실질적인 임금 지급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질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금융위 역시 기업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총액인건비 예외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고 향후 경영예산심의회를 개최해 관련 예산 증액과 수당 지급 체계를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07년 총액인건비 제도 도입 이후 19년 만에 기업은행의 기형적인 인건비 구조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습니다.
총액인건비제는 공공기관 인건비 인상률을 정부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 관리하는 제도입니다. 매년 인건비 인상 한도가 설정되고, 이를 초과할 경우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구조입니다. 제도의 기본 취지는 방만 경영을 방지하고 인건비 지출을 국가 재정 여건에 맞춰 통제하겠다는 데 있습니다.
기업은행에서는 그간 기관별 임금체계와 사업 구조가 크게 다른데도 동일한 총액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연봉제·호봉제·직무급제 등 임금 체계가 상이한 상황에서 인건비 총량만 일률적으로 묶어뒀다는 지적인데요. 기업은행과 같이 정책금융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경우 경기 대응이나 정부 정책에 따라 업무량이 급증하는데 인건비 총량이 고정돼 있으면 인력 운용에 제약이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금융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기업은행 임금 체불 문제가 거론되자 "총인건비를 정해 놓으면 돈이 있어도 지급하지 못하는 공공기관이 있다"면서 "법률을 위반하면서 운영하도록 정부가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총액인건비제와 법정수당 지급 의무 사이의 충돌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지적한 것입니다. 기업은행 문제가 급물살을 탄 배경에도 이러한 문제 제기가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기업은행이 미지급 수당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면서 공공 금융기관 전반에서 형평성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25년 12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그러나 기업은행 사례가 현실화할 경우 다른 기관들도 같은 요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갈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위 산하에는 기업은행을 비롯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신용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서민금융진흥원 등이 있습니다. 이들 기관은 정책금융, 보증, 자산관리, 예금자 보호 등 각기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만 인건비 관리 체계는 동일한 틀 안에 묶여 있습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특수은행으로서 기업 자급 공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정 기관에 예외가 인정될 경우 제도 적용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초과 인건비 문제는 결국 총액인건비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공공기관은 무수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특정 기관만 예외적으로 풀리는 방식이 아니라 제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현장에 많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관계자도 "일부 기관은 정부 지침을 엄격히 지키기 위해 인건비를 최대한 억제해 왔고 그 과정에서 인력 충원이나 보상 체계 개선을 미뤄온 측면이 있다"면서 "특정 기관이 먼저 완화 조치를 적용받으면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위와 재정경제부 등 정부 부처가 최종 판단을 해야 하는 만큼 총액인건비 제도 손질이 금융공공기관 전반적으로 손질할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총액인건비 한도는 재정경제부의 예산 편성 지침과 공공기관 경영평가 체계에 연동돼 있어 개별 기관 사안을 넘어 제도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기업은행 논의가 공공 금융기관 전반의 인건비 관리 체계 재검토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업은행 사례는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면서 "총액인건비제의 취지를 유지하되 현실에 맞는 보완 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타 금융 공공공기관에서도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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