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피지컬AI)③일상 파고든 AI 로봇…안전장치는 '회색지대'
일상을 위협하는 '제어 불능' 공포
원칙 넘어 강제성 있는 규범 마련 시급
2026-02-20 06:00:00 2026-02-20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2월 13일 11:2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피지컬 인공지능(AI)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현대차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도 산업 현장은 물론 가정용 영역까지 아우르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이며 새로운 산업 지형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산업용 로봇을 넘어 AI를 탑재한 로봇이 일상생활 깊숙이 스며들기 직전인 지금, 우리 사회가 과연 이를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노동과 기술,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점검해보고자 한다.(편집자주)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짧은 기간 안에 우리 일상 깊숙이 침투할 것으로 예상되는 '피지컬AI 시대‘가 도래했다.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속도와 달리, 이들이 초래할 수 있는 돌발행동과 사생활 침해 등과 같은 문제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는 여전히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피지컬AI '아틀라스'. (사진=연합뉴스)
 
돌발 행동과 '로봇 탈옥'…예측 불가능한 인명 피해 우려
 
최근 해외 시연 현장에서 발생한 휴머노이드의 오작동 사례는 로봇 안전성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2월 중국 광둥성 타이산 등불 축제에서 시연 중이던 유니트리(Unitree)사의 H1 휴머노이드는 관람객 방향으로 돌진하며 머리를 들이미는 듯한 동작을 취해 현장에 있던 노인과 충돌할 뻔한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해당 영상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제어 불능 상태의 로봇이 가할 수 있는 물리적 위협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돌발 행동의 원인으로 운영자의 교육 부족과 인간의 반응 속도를 넘어서는 로봇의 가속력을 꼽는다. 여기서 로봇의 가속력이란 정지 상태에서 목표 속도에 도달하거나 이동 방향을 급격히 전환할 때 발생하는 물리적 힘의 크기를 의미한다.
 
수십에서 수백 kg에 달하는 육중한 무게를 가진 휴머노이드가 높은 가속도로 돌진할 경우, 일반적인 인간의 반응 속도 내에 이를 감지하고 피하거나 비상 정지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가속도가 높을수록 충돌 시 가해지는 물리적 충격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피지컬 AI의 성능 고도화가 오히려 인명 피해의 치명성을 높이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학습 능력이 고도화됨에 따라 해킹을 통해 안전장치를 무력화하는 이른바 '로봇 탈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AI 탑재 제어 시스템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감시기능과 설계 다중화 등을 체계화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로봇 3원칙' 무색하게 하는 군용 AI'…정보 유출 문제도
 
미국의 화학자이자 소설가인 아이작 아시모프가 제안한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로봇 3원칙은 이미 전장(戰場)에서 무력화된 상태다. 유엔(UN) 총회 제1위원회는 2023년 치명적 자율무기(LAWS)에 대한 별도 결의안을 처음으로 채택하며, 알고리즘이 인간 대신 살상 결정을 내리는 무기 체계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지난해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AI 기반 자율무기를 2026년까지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금지하는 협정 체결을 강력히 촉구했다. 살상 결정 과정에는 반드시 인간이 개입해야 한다는 인간의 책임과 책무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기술적 우위를 점하려는 국가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구속력 있는 국제 규범 마련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정용 로봇이 수집하는 영상 및 음성 데이터의 유출 문제는 이미 현실화된 위협이다. 2022년 아이로봇(iRobot)의 테스트용 룸바 로봇이 촬영한 화장실 사진 등이 외주 데이터 라벨링 업체를 통해 페이스북 등에 유출된 사건은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제조사 측은 테스트용 기기의 사례라고 해명했지만, 기기가 집안의 객체 4300만개 이상을 식별하며 방대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축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확산됐다. 
 
로봇이 수집하는 집안 구조와 생활 패턴, SSID 정보 등은 거주자의 '디지털 초상화(digital portrait)'를 형성한다. CES에서 공개된 LG전자(066570)의 가정용 AI 에이전트와 같은 기기들은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의 편의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제로 프라이버시 홈'이라는 이면의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로봇의 이동 및 조작 능력이 높을수록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불안감은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의 감정을 흉내 내는 소셜 로봇과의 과도한 정서적 교감은 가치관 왜곡이나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에서는 23세 남성이 AI 챗봇과 장기간 대화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해 유족이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챗봇이 사용자의 극단적 선택에 관한 계획을 묵인하고 지지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으며, 가족과의 관계 단절까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례는 휴머노이드나 소셜 로봇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다. 로봇과의 관계가 실제 인간관계보다 편안하다고 느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에 대해 비상 연락 체계 구축이나 마케팅 단계의 안전 경고 의무화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휴머노이드 개발 기업들은 데이터 암호화와 펌웨어 서명 검증, 온디바이스 처리(On-device processing) 비중 확대 등을 통해 보안 위협에 대응하고 있지만, 원격 제어 해킹이나 음성·영상 도청과 같은 복합적인 위협을 막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업계 한 전문연구원은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기업은 로봇이 수집한 민감 정보가 어떤 암호화 체계를 거쳐 서버에 얼마나 머무르는지, 테스트 단계의 데이터 관리 체계는 어떠한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상징적 원칙을 넘어, 실제 작동 환경에서의 강제성 있는 안전 규제와 정보보호 가이드라인 마련이 피지컬AI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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