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 폐막 미사 후보지를 다시 찾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지난달 서울대교구는 세계 청년들이 최대 100만여명가량 모일 걸로 전망된 WYD 폐막 미사 유력 후보지로 서울 올림픽공원을 꼽았습니다. 하지만 바티칸 교황청이 새로운 장소를 물색할 것을 요청, 올림픽공원 대신 다른 장소를 찾고 있는 겁니다. 대안으로 파주 임진각이나 김포 수도권 매립지 등도 부상하는 중입니다.
2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WYD를 주최하는 서울대교구는 지난달 27일 언론 간담회를 통해 '2027 서울 WYD'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이후 후보지를 재고하는 걸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서울대교구는 개막 미사와 교황 환영 행사는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광화문광장에서, 밤샘 기도와 폐막 미사는 올림픽공원에서 하는 걸 유력하게 검토키로 했습니다.
서울 WYD 조직위원회 총괄 코디네이터인 이경상 주교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서울에서 올림픽공원은 주변 체육시설과 공원 환경 등을 고려하면 폭염을 피하고 도로를 차단하지 않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장소 선정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서울시청·시의회와 협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최대 인파가 몰릴 걸로 예상되는 그런데 폐막 미사 장소를 교황청 요청에 따라 다시 찾고 있는 겁니다. 교황청은 폐막 미사에 레오 14세 교황이 참석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교황에 향한 열린 시선을 확보할 수 있는 개활지여야 한다는 입장인 걸로 전해졌습니다. 교황이 직접 미사를 주재하기 때문에 세계 청년들이 함께 시선을 맞추고 교류하는, 가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소가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이 때문에 지난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WYD 폐막 미사도 리스본 시내가 아닌 외곽의 테주공원에서 개최된 바 있습니다. 당시 폐막 미사엔 일반 시민을 포함해 150여만명의 젊은이들이 참석했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 10월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옴니버스파크에서 세계청년대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WYD 행사 후보지와 관련해서 교황청과 조율 중인 단계다.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서울시청과 관련 정부 부처들의 협의도 필요하다"면서 "기본계획을 발표한 이후에도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참여 인원들의 안전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고, 수많은 인파가 이동하는 교통편, 환경적 요인 등 고려해야 할 조건들이 많다"며 "우선적으로 서울 안에서 최적의 장소를 찾으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최대 100만명에 달하는 인파를 수용할 개활지를 서울에선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규모 인원에 대비한 숙소 등의 부대시설, 먹거리와 위생, 안전 대책까지 병행돼야 합니다. WYD 개최 시기가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정된 만큼, 한여름 무더위에서 야외 활동에 대한 철저한 대비도 필수적입니다. 더구나 폐막 미사의 경우, 장시간 진행되는 행사기 때문에 인근 지역의 교통 통제가 필수적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파주 임진각이나 김포 수도권 매립지 등을 폐막 미사 후보지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특히 지난달 21일 박정 민주당 의원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교황청을 방문해 폐막 미사의 파주 개최를 직접 요청했습니다. 파주는 휴전선을 접하는 도시니까 WYD의 평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취지입니다. 박 의원은 파주가 평소 교황청이 강조하는 세계 평화와 기후 위기, 난민 문제들에 대해 국제적으로 호소할 수 있는 장소라고도 강조했습니다.
박 의원은 지난달 2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도 "우원식 의장이 교황청 국무원총리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과 만나 교황의 방북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며 "이 자리에서 WYD 폐막 미사를 파주 임진각에서 열 수 있도록 고려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2027년 WYD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적인 행사"라며 "레오 14세 교황께서 방한해 분단 접경지역인 파주에서 평화 메시지를 내면 WYD 의미는 더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발대식이 지난해 7월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개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서울 WYD는 2027년 7월29일부터 8월8일까지 10박11일 동안 서울을 포함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열립니다.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는 전국 각 지역의 15개 교구에서 교구대회가, 8월3일부터 8일까지는 서울에서 본 대회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교구대회는 세계 청년 참가자들이 각 교구 신자들과 교류하고, 홈스테이를 통해 한국 문화와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본대회는 △개막 미사 △교황 환영 행사 △젊은이 축제 △교리 교육 성삼일 △십자가의 길 △밤샘 기도와 파견 미사(폐막 미사) 등 6개 주요 행사가 진행됩니다. 서울대교구는 개막 미사에 20만~50만명, 폐막 미사에 70만~10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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