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교황 레오 14세가 참석하는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가 2027년 7월29일부터 8월8일까지 10박11일 동안 서울을 포함한 전국 15개 교구에서 열립니다. 세계 청년들이 최대 100만여명가량 모일 것으로 전망돼 관심을 모은 폐막 미사 개최지로는 현재 올림픽공원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주축이 된 ‘서울 WYD 조직위원회’는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옴니버스파크 컨벤션홀에서 언론 간담회를 열고 교황청과 협의를 거쳐 정한 이 같은 내용의 기본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2027 서울 WYD’는 교구대회와 본대회로 구성됩니다. 본대회에 앞서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전국 각 지역의 15개 교구에서 교구대회가, 8월3일부터 8일까지는 서울에서 본대회가 진행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교구대회는 참가자들이 각 교구 신자들과 교류하고, 홈스테이를 통해 한국 문화와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후 본대회는 서울 전역에서 △개막 미사 △교황 환영 행사 △젊은이 축제 △교리 교육 성삼일 △십자가의 길 △밤샘 기도와 파견 미사(폐막 미사) 등 6개 주요 행사가 열립니다.
WYD 일정은 정해졌지만, 각 행사가 열릴 장소는 아직 미정입니다. 조직위에 따르면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과 논의를 거쳐 교황청에서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입니다. 개막 미사에 20만~50만명, 폐막 미사에 70만~100만명 참여가 예상되는 만큼, 장소 선정은 수용 인원과 지리적 접근성, 안전과 환경적 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개막 미사와 교황 환영 행사는 상암 월드컵경기장과 광화문광장이, 밤샘 기도와 폐막 미사는 올림픽공원과 여의도 한강공원이 후보지로 검토 중입니다. 특히 최대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이는 폐막 미사 장소는 올림픽공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조직위원장인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27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학교 옴니버스파크에서 열린 언론 브리핑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조직위 총괄 코디네이터인 이경상 주교는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 시내에서 올림픽공원은 주변 체육시설과 공원 환경 등을 고려하면 폭염을 피하고 도로를 차단하지 않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장소 선정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향에서 서울시·시의회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주교는 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대해선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지만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고 생각한다”며 “교황의 구체적인 방한 일정은 대회가 임박해서 구체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조직위는 서울 WYD 준비와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참가자 입국 절차와 교통, 안전관리 등의 세부 계획도 당국과 긴밀하게 논의해야 합니다. 특히 국회에서 발의된 WYD 지원을 위한 특별법 통과도 절실할 걸로 보입니다. 현재 불교계와 일부 종교·시민 단체들은 특정 종교 행사에 대한 특별법 제정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에도 반하는 특혜 조치라고 반발하는 중입니다.
이에 대해 조직위 사무국장인 이영제 신부는 “파견 미사 기준으로 최대 100만명의 인원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별법은 대규모 국제행사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협력과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종교를 위한 특혜라기보다 폭염 대비와 안전 관리 등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행사를 안전하게 치러지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7월2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발대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조직위에 따르면 WYD 참가자들의 숙박은 각 교구 내 233개 성당이 관리합니다. 위생 기준에 따라 남녀를 구분하고, 미성년자는 인솔자와 독립된 숙소에서 머무르게 됩니다. 이 신부는 안전 관리에 대해 “경찰과 소방, 의료, 자원봉사 인력을 투입해 다층적 보안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청소년 성보호 시스템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서울 WYD는 단순히 민간의 힘으로만 이루어낼 수 없는 범국가적 차원의 행사”라며 “행정·안전·재정은 물론 교통과 의료, 통신 인프라 등 여러 분야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어 “조직위도 교황청과 정부, 지자체, 민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대회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고, 예산과 운영에 있어서 신뢰와 투명함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천주교 WYD는 지난 1986년 로마 WYD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누적 참가자가 2350만명에 달합니다. 1995년 필리핀 마닐라에서는 약 400만명이,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약 150만명이 참여했습니다. ‘2027 서울 WYD’는 진리·사랑·평화를 대주제로 해서 17번째로 열리는 대회로, 아시아에선 필리핀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겁니다.
이 주교는 “WYD는 전 세계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성찰하고 나누며 교류하는 장”이라며 “1985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한 ‘세계 젊은이의 날’을 기념해 시작된 이래, 전 세계 청년들의 연대와 평화를 상징해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서울 대회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 대한민국이 평화와 화합, 연대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는 역사적 기회”라며 “조직위는 역사적인 행사가 성공적으로 또 안전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협조 아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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