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WYD 지원 특별법에 불교계 반대 ‘여전’…손놓은 정부·국회
이웃 종교와 소통했다지만…국회 계류 특별법만 3건
조계종, 특정 종교 행사 대한 특별법 제정 '철회' 요구
“다종교 사회에서 특혜 시비, 종교 간 형평성 어긋나”
2025-09-26 15:07:32 2025-09-26 15:23:22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천주교가 개최하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 WYD)’를 지원하는 특별법에 대해 불교계, 특히 조계종 측 반대 목소리가 높습니다. 조계종은 천주교라는 특정 종교가 하는 행사를 특별법까지 제정해 정부가 지원하는 건 ‘정교분리’의 헌법정신 훼손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규모 종교행사 개최 때마다 종교 간 형평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국회에선 ‘2027 서울 WYD 지원 특별법안’이 모두 세 건 발의된 상황입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은 지난 8월8일 정부 차원의 WYD 지원 근거를 마련한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지난해 11월7일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같은 달 19일에는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관련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는 진척이 없습니다. 세 법안 모두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당초 최형두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은 조계종 등 이웃 종교들과 소통해 법안을 마련했다고 알려졌지만, 조계종 측은 특별법 제정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사진=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편향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선광 스님은 26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서울 WYD 지원 특별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국회와 논의한 적이 없다”며 “우리는 특정 종교의 행사를 정부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원하는 건 헌법 20조가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종교적 편향을 줄 수 있는 특별법 제정 자체에 반대한다”며 “현재에서 최형두 의원실에 공식적으로 면담 요청을 해놓은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계종 측은 전날에도 입장문을 내고 서울 WYD 지원 특별법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조계종은 “특별법은 국제 청년 교류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내용상으로 특정 종교 행사”라며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나 선교 활동과 관련된 행사에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는 것은 노골적인 특혜로, 종교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해치는 문제이고 헌법상 종교의 중립성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국회에 발의된 세 특별법은 ‘2027 서울 WYD’에 세계 각국에서 40만~100만명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만큼 재난·안전 관리, 감염병 예방과 대응, 전국적인 이동 대책 등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특히 해외 청년들이 대회의 주요 참석자이고, 개최 기간이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정되면서 한여름 무더위와 폭우 등에 대비해 안정적인 대회 준비와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도 명시됐습니다. 지난 2023년 국내에서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파행 운영을 반복해선 안 된다는 우려도 특별법 제정 필요성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과거 WYD 개최국들이 대회 지원을 위한 특별법안을 입법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2013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WYD 지원법’과 ‘2016 폴란드 크라쿠프 WYD 특별 조치법’, ‘2023 포르투갈 리스본 WYD 지원법’ 등 국가에 미치는 경제·사회·문화적 효과를 고려해 여러 개최국에서 특별법을 만들고 WYD를 지원한 바 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와 청년 대표 2인이 지난 7월 서울 중구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발대식’에서 발대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국내 특별법은 대회를 주최하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서울 WYD 조직위원회’를 운영하고 조직위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행정적이고 재정적인 지원과 편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정부는 조직위와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지원위원회를 설치해야 합니다. 다만 김상훈·김병기 의원 발의안과 성일종 의원 발의안에서 정부지원위는 국무총리 산하에 뒀지만, 최형두 의원 등의 발의안에서는 정부지원위 위상이 과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소속으로 그 위상을 낮췄습니다. 
 
국회 문체위의 김건오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WYD 지원 특별법이) 청년의 국제적 교류와 체험 활동을 촉진하고 국민경제 등에 이바지하려는 것으로 입법 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문체부 소관의 종교문화활동 지원 사업으로 대회 개최와 운영 예산을 지원하는 것과 별도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지는 불교계의 반대 의견 등을 고려해 대회의 취지와 규모, 운영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조계종 선광 스님은 “서울 WYD가 한국에서 열리고 이를 계기로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기회는 소중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에서 종교 행사 지원을 위한 특별법은 종교 간 상생에 어긋나는 특혜”라며 “현행법으로도 종교의 행사를 정부가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현행법이 부족하면 논의를 통해 이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절차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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