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교황이 참석하는 세계청년대회(WYD)가 오는 2027년 8월 서울에서 열립니다.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청년들의 신앙 축제로, 교황과 청년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세계 각국에서 최대 100만명의 청년들이 모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WYD가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대규모 국제 행사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이에 ‘잼버리 악몽’이 재현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협력과 지원도 필요합니다. <뉴스토마토>는 필리핀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열리는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의미를 짚고 2년여 남은 행사 진행 상황에 대한 중간 점검을 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세계 청년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서울 세계청년대회(Wolrd Youth Day, WYD)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외국인 출입국 지원부터 참가자들의 안전과 편의 보장, 교통·의료·보건 등 각종 인프라 확충까지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WYD 개최를 준비하면서 정부 지원에 필요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필수적입니다.
국회는 서울 WYD의 원활한 준비와 진행을 위해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회를 지원하는 법안을 통해 정부 부처와 지자체의 실효적이고 체계적인 지원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특정 종교 행사를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유로 불교계 등이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면서 국회 논의는 진척이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2027 서울 WYD 지원 특별법안’이 모두 세 건 발의됐습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과 박수현 민주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등 국회의원 33명은 지난 8월 정부 차원의 WYD 지원 근거를 마련한 특별법을 발의했습니다. 지난해 11월7일에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같은 달 19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관련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습니다. 두 법안은 현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김교흥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 법안 모두 서울에서 개최되는 WYD에 최소 40만명, 최대 100만명의 대규모 인원이 집결할 것으로 예상돼 재난·안전 관리, 감염병 예방과 대응, 응급의료 지원, 전국적인 이동 대책 마련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특히 해외 청년들이 대회의 주요 참석자이고 개최 기간이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정된 만큼, 한여름 무더위와 폭우 등에 대비해 안정적인 대회 준비와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이에 특별법에서 ‘서울 WYD 조직위원회’를 운영하고 대회를 주최하는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조직위원장을 맡도록 했습니다. 조직위가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 행정적이고 재정적인 지원과 편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기부 금품을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범위에서 접수할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승인을 받아 휘장 사업 등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또 정부는 조직위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정부지원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세 특별법 사이에 차이도 있습니다. 앞선 김상훈·김병기 의원 발의안과 성일종 의원 발의안에서 WYD와 관련한 주요 정책을 심의·조정하는 정부지원위원회는 국무총리 산하에 뒀습니다. 위원장은 국무총리, 부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 문체부 장관이 맡습니다. 반면 이달 발의된 최형두·박수현·이해민 의원 특별법에선 정정부지원위원회가 문체부 장관 소속으로, 위원장도 문체부 장관이 됩니다.
또 성일종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정부나 지자체가 서울 WYD 이후에도 국제 순례지에서 WYD 관련 편의시설과 전시관, 체험관 등의 시설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포함했습니다. 교황청이 승인한 순례지인 서울 순례길과 해미 국제성지 관련한 시설에 대한 지원 근거를 마련한 겁니다.
정순택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발대식’에서 퍼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서는 문체부 소관의 종교문화활동 지원사업으로 대회를 지원하는 것과 별도로, 국가 차원의 특별법 제정이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특정 종교에 대한 특혜성 시비 우려가 있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불교계도 “특별법이 일반적인 청년 행사가 아니라 가톨릭이라는 특정 종교 행사를 국가에서 지원하기 위한 법안으로 헌법 제20조 제2항의 정교 분리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1월 조계종 중앙종회는 ‘헌법 정신 위배하는 천주교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 특별법 저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에게 특별법 제정 반대 의견서를 발송하기도 했습니다.
최형두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특별법을 발의하는 과정에서 문체부, 서울대교구와 많은 논의를 진행했다”며 “특히 불교계 입장을 반영해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조계종 쪽과도 소통하면서 종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법안을 준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른 종교로부터 과도한 지원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기존에 발의된 법안들과 병합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조속히 법 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범종교개혁시민연대는 서울 WYD를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에 앞서 시민공청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특별법과 관련해서 종교계 내 사업과 세금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쟁점들이 제기되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한 형편”이라며 “특정 종교에 대한 지원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특별법 제정에 대한 열린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종교계를 포함한 사회 통합의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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