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공포 없는 마포 방공부대?…지역발전 '걸림돌' 언제까지
서울 마포 합정동엔 수방사 1방공여단 A부대 위치해
주민들 "과거엔 포 있었지만 지금 없어"…건물만 보여
부대 이전 공론화하는 주민들…마포구청 역시 거들어
국방부와의 협의 진척없어…부대·육군 "설명 제한돼"
2025-10-27 06:00:00 2025-10-27 09:12:0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수도방위사령부 1방공여단 ○○○대대 A부대는 방공부대임에도 불구하고 방공무기(대공포)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실제로 이곳엔 부대 막사로 보이는 건물은 있지만, 대공경계를 하는 모습은 찾을 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주민들은 "역할도 못하는 부대가 도심 땅만 차지하고 있어서 지역발전에 방해가 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이 부대는 합정동 일대 약 3000평에 달하는 땅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부대를 이전해 달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섰을 정도입니다. 
 
육군과 마포구청 등에 따르면, 합정동 망원정 인근엔 수방사 1방공여단 A부대가 있습니다. 부대 면적은 약 9417㎡ 규모(약 2850평)에 달합니다. A부대가 이곳에 자리 잡은 정확한 시기는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육군본부와 부대 인근 주민들의 말을 종합한다면, 대략 1950년대 무렵부터 있던 걸로 전해집니다.
 
문제는 이 부대엔 방공무기가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저고도 비행물체를 격추하는 무기가 있었지만, 현재는 그마저도 없다는 게 주민들 주장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부대는 서울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탓에 주위 고층 건물에선 부대가 훤히 내려다 보입니다. 주민들이 A부대엔 무기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위치한 A부대 외곽 울타리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부대 인근에 사는 김모씨는 <뉴스토마토>와 만나 "예전엔 A부대에 저공 비행물체를 격추시키는 대포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없는 걸로 안다"고 했습니다. 다른 주민 육모씨도 "1년에 한두 번 훈련할 때만 대포가 부대로 왔다가 훈련 후엔 철수한다"면서 "A부대엔 일반병 외에는 잘 안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대 근처 빌라에 사는 윤모씨 역시 "원래 부대 옥상에 대공포가 있었는데 지금은 안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선 실상을 확인하고자 약 2주에 걸쳐 A부대를 관찰했습니다. 주위 고층 건물에 올라가 A부대를 살폈습니다. 부대엔 막사로 추정되는 건물, 관사로 짐작되는 건물, 창고 등이 보였습니다. 방공무기는 보이지 않았고, 대공포가 있을 만한 장소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위병소나 경계초소에도 병력이 없었습니다. 건물 옥상이나 경계초소에서 대공경계 근무를 하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들은 A부대 이전을 공론화하고 있습니다. A부대가 차지하는 땅 때문에 지역발전이 제한된다는 겁니다. '망원1동 주민자치위원회'의 김혜원 위원장은 "주민들은 '부대로 인해 재산가치에서 손해가 많다'고 하더라"며 "'부모님이 (부대) 이전을 정말 성원했는데 못 보고 돌아가셨다'는 자녀들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부대가 이전하면 건물과 공원이 생겨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인근의 주민 장모씨도 "A부대 앞에서 상권이 끝나는 느낌"이라며 "대신에 상업 시설이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망원정 인근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마포구청도 부대 이전을 거들고 있습니다.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지난해 12월18일 마포구의회에서 "합정동 군부대를 포부대로 알고 있는데, 포부대지만 포가 없다는 것으로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고 했습니다. 당시 구의회에서도 A부대 이전을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마포구청은 또 지난해 10월28일부터 올해 2월4일까지 A부대 이전을 촉구하는 주민 서명을 진행했습니다. 서명 인원은 1만4272명입니다. A부대가 있는 합정동에선 지난해 10월 기준 인구(1만6098명)의 25.65%인 4129명이 서명에 참여했습니다. 마포구청은 서명 마지막날인 지난 2월4일엔 국민권익위원회에 서명부를 전달하면서 부대 이전을 위한 고충민원도 제기했습니다. 마포구청은 "A부대 부지는 한강과 인접해 입지 조건이 뛰어나지만, 군부대로 인해 오랜 시간 발전이 멈춰 주민 숙원사업으로 남아있는 지역"이라고 밝혔습니다.
 
마포구청은 5월12일부터는 군부대 이전지에 대한 활용계획을 포함한 '마포구 한강변 발전 기본구상' 용역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포구청은 5월22일엔 마포구청, 권익위, 국방부, 주민대표가 참여한 가운데 A부대 이전을 위한 4자간 간담회도 진행했습니다. 마포구청은 지난 7월에도 국방부와 협의를 진행했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입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부대가 이전하면 복합문화시설을 지으려고 하지만 A부대 대체지 찾기가 쉽지 않고, 국방부에선 서울 서북부 방어를 위해 A부대가 그대로 주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A부대를 찾아 '부대에 대포가 없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맞느냐',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을 질의했습니다. 이에 부대 측은 "저희 입장에서는 말씀드리기가 제한된다"고 답했습니다. 육본도 'A부대엔 방공무기가 없다'라는 문제가 제기되는 점에 관해 "군사보안상 설명이 제한된다"고 답했습니다. 육본은 아울러 "A부대 이전계획은 없다"면서도 "군의 임무수행이 가능한 대체부지 및 시설을 제공하는 기부대양여 사업을 재건의시 부대 이전 가능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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