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소득세도 EITC도 '물가연동제' 무산
조세소위,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사실상 포기…소소위 회부
재정 악화에 '제동'…'부자 감세' 논란 속 직장인 역차별 지적도
2025-11-26 17:35:26 2025-11-26 18:09:57
[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이른바 '조용한 증세'를 멈출 소득세 물가연동제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근로장려세제(EITC) 물가연동제 역시 제동이 걸렸습니다. 재정 악화 속 과도한 세입 감소가 원인입니다. '부자 감세' 지적에도 상속세 공제 한도 확대 등은 추진하면서 정작 직장인 세 부담 완화는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유는 '세수결손'
 
(그래픽=뉴스토마토)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한 결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산하 조세소위원회는 소득세 물가연동제와 근로장려세제 물가연동제를 처리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전날 각각의 법안을 논의하고 올해는 추진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과세표준(연봉에서 각종 소득공제를 제외한 금액)을 매년 물가 상승분 만큼 높이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개국 중 미국을 비롯한 22개국이 시행하고 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은 '누진세 체계'입니다. 종합소득(명목소득) 과세표준을 8개 구간으로 나누고 과세표준 금액 상승에 따라 구간별로 높은 세율을 부과하는 방식입니다. 고물가 상황에서 직장인 월급이 조금만 올라도 세 부담이 많이 뛰는 문제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조용한 증세'인 셈입니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소득구간별 과세 기준에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소득세 물가연동제입니다. 현재 국회에는 과세표준을 정할 때 △종합소득금액에서 종합소득공제를 적용한 금액에 물가연동지수를 반영하는 박범계 의원안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환산하는 최은석 의원안 등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의 경우 오는 27일 소소위에서 재논의를 결정하긴 했지만 시행 가능성은 작습니다. 기재위 조세소위 위원장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법인세보다 더 많이 걷어지는 세금 1위가 소득세인데 (물가연동제 도입 시) 세수 감소가 너무 많다"라며 "적자 재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걸 지금 건드리기가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추계에 따르면 개정안에 따라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재정수입은 5년간 최소 총 28조원(최은석 의원안)에서 최대 82조4000억원(박범계의원안) 감소합니다. 조세소위 소속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에 "세수 감소액이 너무 크다"라며 법안 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근로장려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조세특례제한법도 조세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할 전망입니다. 저소득층에 지급되는 근로장려금에 물가조정계수를 적용해 물가 상승에 따라 더 많은 장려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차규근 의원은 "현행 근로장려세제는 저소득자의 생활 안정을 지원하는 제도임에도 과표구간 산정 시 물가가 반영되지 않아 근로장려금의 실질 구매력이 하락하고 있다"라며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세수결손 문제로 제동이 걸렸습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가 이날 회의를 끝으로 소위 차원의 세법 심사를 마무리 짓는다. (사진=뉴시스)
 
 
유리지갑만 '탈탈'
 
소득·지출이 투명한 '직장인 유리지갑'만 겨냥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 여당은 그간 상속세 완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 등을 추진했는데요. 내부에서도 '부자 감세'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내부 반발에도 일부 세제 감면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정작 서민층을 겨냥한 세제 혜택은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은 당초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종 공약집에서 해당 내용이 빠졌고, 정부에서도 해당 제도 도입을 세법 개정안에 넣지 않았습니다. 선거용 당근책이었을 뿐 정부가 실제로 선택한 건 '게으른 증세'라는 게 전문가 설명입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 근로소득자의 세 부담은 OECD 절반 수준입니다. 여기에 세수결손까지 겹쳐 당장의 소득세 감면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소득세 현상 유지는) 아무것도 안 함으로써 가랑비 옷 젖는 방식의 증세"라며 "그나마 가장 점진적이고 조세저항이 적은 증세 방식으로 쓰여왔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여야가 법안 취지에는 공감한 만큼 장기적인 논의는 계속될 예정입니다. 박 의원은 "예산이 많이 들어가지만 (물가연동제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한다"라며 "논의가 아예 들어가는 건 아니고 어젠다(의제)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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