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서울시청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서 한강기획(TF) 부장이었던 A씨가 지난해 4월 내부 전결 규정을 거치지 않고 약 160억원 규모 전기선박 추진체 발주 공문을 단독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공교롭게도 그는 현재 ㈜한강버스에서 본부장으로 파견 근무 중입니다. SH공사 전결 규정상 5억원을 초과하는 제조·구매는 처장급 이상이 결재해야 하지만, 당시 부장급이었던 A씨는 상위 결재 없이 본인 전결로 공문을 발송한 겁니다. 이에 대해 A씨는 "제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서울시청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해명했습니다.
26일 이영실 서울시의회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4월25일 '한강 리버버스 전기추진체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선박 제조사인 G중공업, D사, H사 등에 발송했습니다. 공문에는 "전기추진체 업체로 4척에 대하여 조선사인 G중공업에서 추천한 D사와 신속히 금일자로 계약을 추진하여 전기추진체 납기에 문제가 없도록 추진하여 주시기를 공사는 통보합니다"라고 적혔습니다. 특히 해당 공문은 상위 결재자 서명 없이 A씨 전결로만 처리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024년 4월25일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조선소 등에 보낸 공문. (사진=뉴스토마토)
그런데 SH공사의 위임전결내규를 보면, 제조·구매·임대차 및 기타 계약의 경우 5억원을 초과하면 처장 또는 본부장급이 전결권자입니다. 부장은 5억원 이하부터 3000만원 초과까지만 전결을 할 수 있습니다. 이 공문을 근거로 이후 8월 체결된 것으로 보이는 선박건조 계약금은 약 160억원에 달합니다. 해당 추진체를 탑재한 선박의 총비용을 고려하면 계약금은 약 335억원까지 늘어납니다.
A씨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전기추진체는) 제가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고, 서울시청 (등이 참여한) 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서울시청, 이크루즈, SH공사, 조선소가 다 모여서 회의한 결과를 제가 통보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한강버스의 추진체는) SH공사가 직접 하는 게 아니고 민간사업"이라며 "이크루즈가 해야 되는 계약이고, SH공사 돈이 들어가는 직접적인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전결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A씨의 주장에는 자기 모순이 있습니다. 그는 우선 "이크루즈가 2024년 1월 K사와 하이브리드추진체 8척 계약을 체결한 상태였고, 그해 4월 공문은 이 계약 중 4척의 계약 변경을 통보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한강버스가 민간사업이라면 SH공사가 민간이 계약 변경을 공문으로 지시할 권한이 없는 셈입니다. 반면 SH공사가 공문을 통해 지시를 할 권한이 있다면, 이는 SH공사가 한강버스 사업을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럴 경우엔 전결 규정 적용 대상이 됩니다.
2024년 8월8일 ㈜한강버스가 조선소 등과 맺은 선박건조 계약서. (사진=뉴스토마토)
아울러 A씨는 4월25일 공문에 대해 "그 당시엔 하이브리드든 전기든 전부 다 '전기추진체'라고 불렀다"며 "하이브리드선박 8척 중 4척의 속도를 올리기 위해 (하이브리드) 추진체를 변경하는 공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공문을 보낸 다음날 다시 회의를 했고, 그 회의에서 기존 K사로 가되 속도 문제를 해결하자는 결론이 났다"면서 "8월 (선박건조) 계약은 이와 별개로 전기추진체에 대한 추가 계약"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또 "전기추진체로 결정된 것은 2024년 7월 이후"라며 "(공문을 보낸) 4월 시점에는 전기추진체 논의 자체가 없었고, ㈜한강버스를 설립한 뒤 심의위원회를 거쳐 (전기추진체 도입이) 결정된 것이다. 다만 심의위원회 회의 내용을 공개하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공문에 전기추진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것은 하이브리드추진체를 표현한 것이며, 추후 진행한 전기추진체 계약은 별도 계약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A씨의 말대로라면 6월26일 ㈜한강버스 설립 이후 심의위원회를 거쳐 7월에 논의를 시작하고, 한 달여 만인 8월 8일 약 159억원 규모 추진체 계약이 체결된 셈입니다. 계약 주체는 SH공사가 51% 지분을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한강버스입니다. ㈜한강버스가 만들어진 후 A씨는 SH공사에서 파견 형태로 ㈜한강버스 본부장으로 옮겨가 근무 중입니다.
A씨는 "만약에 (전결 문제로) 감사를 받게 되면 다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기자한테 말할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면서 "단지 한강버스가 잘 되기만 바랐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서울시의회에서 박승진 시의원이 해당 사안을 질의하자 '처장 전결'이라고 답변한 바 있습니다. 2024년 11월8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에서 진행된 SH공사 행정사무감사에서 박승진 시의원이 "담당자도 A씨, 결재자도 A씨, 이게 맞는 건가요?"라고 묻자 A씨는 "아닙니다. 사실상 처장님까지 전결을 받았어야 되는데…"라고 답했습니다. 박 의원이 또 "당시 예비선 계획이 있었을 때 전기추진체로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느냐"고 묻자 A씨는 "없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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