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에도 없었고, 고압가스관 지나는 '잠실선착장'…오세훈 "접근성 고려한 결정" 해명
이영실 서울시의원, 시정질문서 "이크루즈 유선장 쪽이 더 안전했을 것"
오세훈 "가스관, 콘크리트로 완벽히 감싸져…잠실 쪽 선착장 변경 검토"
비상 매뉴얼도 도마 위…"사고 땐 가능한 신속히 직원들 '휴대폰 수거'"
2025-11-20 14:21:44 2025-11-20 14:34:45
[뉴스토마토 김현철·전연주 기자] 한강버스 잠실선착장은 원래 잠실나들목 쪽에 짓는 걸로 계획됐다가, 현재의 잠실새내나들목 인근으로 변경됐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애초 계획도 없었던 곳에 선착장을 만들면서 이번 한강버스 멈춤 사고로 인해 제기된 고압 가스관 문제도 피할 수 없었던 겁니다.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위험한 곳에 선착장을 세웠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오 시장은 결국 선착장 위치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시의회 제333회 정례회 시정질문에서 이영실 민주당 시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을 상대로 "(한강버스) 잠실선착장에 가스관이 매설되어 있다"며 "지난해 서울시 자료를 찾아보니 잠실나들목 인근에서 잠실새내나들목 인근으로 선착장을 옮겼다. 계획에 없던 위험한 곳으로 굳이 옮긴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습니다.
 
지난 15일 잠실선착장 인근에서 강바닥에 걸려 멈췄던 한강버스 102호가 서울 송파구 잠실도선장에 정박해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접근성을 해결하기 위해 선착장 위치를 조정했던 것"이라면서 "(고압 가스관은 한강 수중에) 그냥 노출된 게 아니라 콘크리트로 완벽하게 감싸져 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러자 이 의원은 또 "(가스관이 지나지 않는) 한강 하류 쪽에 이크루즈 유선장(놀잇배 시설)이 있다. 지금 잠실선착장이랑 비교했을 때 접근성 차이가 크지 않다. 더 나았을 것"이라며 "이곳은 1986년에 만들어졌다. (한강 내 유선장) 8곳 중에 놀잇배가 정박하지 않는 곳이 더 많은데, 그중 하나가 잠실"이라며 "애초에 이곳에 (선착장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잠실나들목에 선착장을 만드니까) 잦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네이버 지도' 등에 따르면 이크루즈 유선장은 잠실선착장에서 서쪽으로 215m 지점에 있습니다. 또 원래 선착장이 계획됐던 잠실나들목 쪽 강변은 잠실선착장에서 동쪽으로 400m 부근에 있습니다. 오 시장은 접근성 때문에 잠실선착장을 선택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거리엔 큰 차이가 없는 겁니다.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오 시장은 "일단 검토하겠다"며 "(선착장) 위치를 옮기는 게 효율적인지, 이번에 사고가 났으니 선장들의 항로 준수 검토가 효율적인지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20일 오전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선 한강버스 잠실선착장이 원래 잠실나들목 쪽에 짓는 걸로 계획됐다가 현재의 잠실새내나들목 인근으로 변경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미지=네이버, 뉴스토마토)
 
앞서 지난 15일 오후 8시24분쯤 한강버스 102호는 승객 82명을 태우고 잠실선착장으로 향하던 중 한강에서 그대로 멈췄습니다. 잠실선착장 쪽 강바닥 수심이 얕았던 겁니다. 더구나 사고 지점은 고압 가스관이 매설된 곳이어서 자칫 한강버스 하부가 가스관을 건드렸다면, 대형 참사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이 의원은 한강버스 선장들의 비상상황 대응 매뉴얼도 문제를 삼았습니다.
 
그는 "중대재해 및 사고 때 (한강버스) 선장에겐 언론 대응 지침이 있다"며 "사고 직후 가능한 한 신속히 모든 직원의 휴대폰 및 통신기기를 수집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지침을 보면) '때때로 공격적인 기자들은 (직원이) 피곤할 때 취재 온다'라는 등 (언론 대응) 관련 내용이 다섯 장"이라고 했습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한강버스 선장들의 중대재해 및 사고 매뉴얼엔 언론 대응 지침이 5장이나 됩니다. 반면 배터리 폭발 대응은 1장, 선박 화재 대응 2장에 불과했습니다. 이 의원은 "(언론 대응 지침엔) 기자들 취재가 들어오면 '시청·당국의 전문적인 기술 및 지원에 대해 감사를 표시하는 말을 하라'라는 내용도 포함됐다"면서 "화재 대응 보다도 무서운 게 기자인가"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에 오 시장은 "(매뉴얼은) 다른 선사에서 쓰는 걸 사용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현철 기자 scoop_press@etomato.com
전연주 기자 kiteju10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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