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메리츠증권(008560)이 발행어음 인가 심사 국면에서 수익성 둔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 5000억원 유상증자 등이 동시에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슈퍼365'로 고객·예탁 자산은 급증했지만 영업이익·순이익이 줄며 외형과 손익의 간극이 커졌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가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리테일 확장보다 재무 안정성과 조달 구조에 더 무게를 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전날 발행어음 인가를 위한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심사를 받았습니다. 외평위에서 '사업성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되면 금융감독원이 후속 실사 절차를 밟고, 이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가 진행됩니다. 당국의 공식 인가 요건은 자기자본, 내부통제, 이해상충 방지 체계이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실적 흐름, PF 익스포저, 조달 구조 변화 등이 심사 과정에서 정성적으로 참고될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됩니다.
메리츠증권은 25일 5000억원 규모의 전환우선주(CPS) 유상증자를 실시했습니다. 이로써 자기자본은 7조1917억원에서 7조6917억원으로 늘어 '8조원 종투사' 요건에 한층 가까워졌습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외부 조달에 의한 자본 확충이라는 점을 두고 내부 이익 기반 확대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리테일 외형 확대는 뚜렷합니다. 기업실적 공개자료(IR)에 따르면 리테일 고객 수는 전년 3분기 16만6000명에서 올해 들어 32만1000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고, 예탁자산(AUM)도 25조6000억원에서 41조9000억원으로 16조3000억원 증가했습니다. 반면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7016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줄었고, 분기 기준 별도 영업이익(2048억원)은 전분기 대비 24%, 별도 순이익(1577억원)은 23% 줄었습니다.
부문별 수익성도 온도차가 큽니다. 위탁매매와 자산관리(WM)는 늘었으나, 자산운용 수익은 전분기 대비 52% 감소한 1112억원, 금융수지는 33% 줄어든 824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판매비와 관리비는 1946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늘었고 인건비 역시 1264억원으로 5% 증가했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외형은 확대됐지만 비(非)리테일 수익원의 변동성이 커지며 실적의 질이 약해졌다"며 "이익의 안정성은 인가 심사 과정에서 참고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료 수수료 정책이 손익 둔화 요인이라는 해석에 대해 메리츠증권은 반박했습니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영업이익 감소는 1분기 관계회사 배당수익이 비영업이익으로 분류된 영향"이라며 "무료 수수료 정책의 실제 비용은 사전 추산치(1000억원)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PF도 잠재 리스크로 거론됩니다. 메리츠금융그룹의 부동산 익스포저는 올해 1분기 기준 21조8000억원이며, 이 중 PF 익스포저가 16조원 수준입니다. 연중 유의미한 축소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충당금·준비금도 꾸준히 적립됐습니다. 1분기 충당금 139억원·준비금 5736억원에 이어 3분기에도 연결 기준 294억원의 순충당금이 반영됐습니다.
홈플러스 익스포저 역시 부담 요인입니다. 2025년 3월 말 기준 그룹 전체 익스포저는 1조2167억원이며, 이 중 6551억원이 메리츠증권 보유분입니다. 준비금(2255억원)이 충당금(178억원)의 10배 수준인 점은 선제 방어 기조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리스크가 여전히 잔존한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PF업계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의 PF는 선순위 비중이 90% 이상으로 구성돼 있다"며 "지금까지 원금 손실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리스크 수준은 시장에서 우려하는 수준보다 낮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달 구조에서도 부담 요인이 언급됩니다. 3분기 기준 채무보증 약정 잔액은 11조3000억원으로, 유상증자 전 자기자본 대비 약 157%, 증자 반영 후에도 약 147%에 달합니다. 자기자본을 웃도는 보증 규모는 조달 안정성·리스크 관리 체계에 대한 정성평가에서 언급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해석입니다. 단기성 자산(RP매수) 확대에 따른 조달 시장 변동성 노출도 함께 지적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무보증 비중이 큰 증권사는 시장 변동 시 유동성 관리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의 '리테일 확장·투자은행(IB) 강화·자본 확충' 전략이 외형 확대에는 효과적이지만 발행어음 인가 에서는 구조적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더 중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PF 익스포저, 금융수지 악화, 채무보증 확대 등은 당국이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항목"이라며 "확장 전략의 속도 조절이 필요한 국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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